3월 대차거래 잔고 41조9549억…전년 말 대비 7조3776억↑
5월 공매도 재개 앞두고 삼성전자 등 우량주 대차거래 쏠림
"개인 대여서비스 중단 움직임 뚜렷…경영상황 등 함께 주시"
증권사들이 대차거래 잔고를 늘려 약 한달 앞으로 다가온 공매도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주식을 개인투자자에게 대여해 향후 공매도 거래 활용을 원하는 기관에게 빌려주기 위해서다. 이에 공매도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온 개인들은 주식대여서비스 동의를 취소하면서 증권사 대차거래 잔고 확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번 달 1일부터 23일까지 국내 증권사 대차거래 잔고는 41조95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의 34조5773억원 대비 21.3%(7조3776억원) 증가한 규모다. 대차거래 잔고는 개인에게 주식을 빌린 증권사가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을 의미한다.
증권사는 주식대여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보유한 주식을 빌려온다. 이렇게 빌린 주식을 공매도 거래를 하는 다른 기관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다. 대여해온 주식 중 남은 물량을 의미하는 대차잔고를 늘리고 있다는 건 향후 기관에게 빌려줄 주식을 미리 쌓아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대차거래 잔고는 공매도가 일시 중단된 지난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코스피가 1457.64p까지 급락하자 금융위원회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3월부터 공매도를 일시 중단했다.
공매도로 활용할 주식이 당분간 필요 없게 되자 증권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대차거래 잔고를 지속해서 줄였다. 지난해 2월 60조1690억원을 기록했던 대차거래 잔고는 공매도 중단 직후인 4월 말 48조2578억원으로 19.8%(11조9112억원) 감소했다. 이후에도 대차거래 잔고는 매월 감소해 지난해 11월 말 38조7732억원까지 떨어져 9개월 만에 11조원 가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공매도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은 재차 대차거래 잔고를 늘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오는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발표하자 대차거래 잔고는 40조5116억원으로 상승하면서 단숨에 40조원대를 회복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공매도가 가능한 코스피200 우량주를 중심으로 대차거래 잔고를 늘리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이번 달 24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대차거래 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5조6753억원)였다. 이어 셀트리온(2조9367억원), SK하이닉스(2조8277억원), LG화학(2조6417억원)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지난해부터 지속해서 공매도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증권사들의 대차거래 잔고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증권사들이 대차거래 잔고를 늘리기 위해선 개인에게 '주식대여서비스 활용'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부분을 파악한 개인들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식대여서비스 동의를 해지해 증권사 대차거래를 막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대차거래 전량이 공매도에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을 중심으로 최근 대여서비스를 중단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종목에 대차거래 잔고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어 실제 공매도 연관 리스크가 높은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