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실적부터 역대 최고 성적 내며 '주목'
기업 가치 상승 전망에 공적자금 회수 기대감↑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첫 실적 발표부터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각종 펀드 손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과감히 처리하고, 비(非)은행 강화에 전념해 온 손태승 회장의 결단이 원동력이 됐다는 평이다.
손 회장의 실력발휘로 우리금융의 기업 가치를 둘러싼 전망이 밝아지면서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기대감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늘었다. 2019년 금융지주로 체제를 전환한 이후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금액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금융은 어닝 쇼크에 빠지며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하지만 올들어 빠르게 부활의 날개를 펴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0.2% 급감하며 1조3073억원에 머물렀다.
우리금융이 올해 반전을 일궈낼 수 있었던 비결은 지난해의 절치부심 덕분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파생결합펀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서의 손실이 발생하자 우리금융은 이를 미리 비용으로 털어내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올해는 이에 따른 리스크 부담 없이 수익성 개선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금융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78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6% 급증했다. 충당금은 금융사가 장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에 대해 그 원인이 되는 사실이 이미 발생했다고 보고, 해당 비용만큼의 금액을 미리 빼둔 돈이다.
손 회장 주도로 이뤄진 비은행수익 확대 영향도 이번 우리금융 실적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손 회장은 지주사 출범 이후 캐피탈과 자산운용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은행에 쏠려 있는 이익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기 위해 애써 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은 분기 기준으로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우리금융의 기지개에 미소를 짓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은 정부다. 정부는 과거 우리금융에 들어간 공적자금 회수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수익성 개선은 곧 정부 보유 지분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길 만한 소식이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리금융 지분 17.2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금융에 12조8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꾸준히 지분을 매각해 11조1000억원을 회수했지만 아직 1조7000억여원을 메꾸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에 들어간 공적자금 회수에 더욱 속도가 나기 위해서는 주가 추이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시장의 관측은 희망적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이 수익과 비용의 모든 면에서 우수한 실적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4월 중 우리금융캐피탈 지분 12.85%를 추가로 취득한 만큼, 2분기 비은행 이자이익 추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4분기까지 우리금융의 순이자마진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가 추가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