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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지침 해제, 한국과 미국의 동상이몽?


입력 2021.05.25 04:00 수정 2021.05.25 17:1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韓 "우주산업 진출 토대 마련"

美, 中 '우회 견제' 효과 기대했나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로 미사일 지침 해제를 내세우며 '주권 회복'과 '경제적 효과'에 강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우주 산업 진출 여건이 마련됐다며 잔뜩 고무된 분위기지만,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지침을 해제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미사일 지침 해제와 관련해 "우리의 국가적 역량과 위상 그리고 국제 비확산 모범국으로서의 (미국의) 신뢰가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나라가) 주요 전략무기, 전략부품의 '수출 통제(비확산)'를 세계적 모범 사례로서 지켜왔다"며 "그것에 따라 한미 신뢰를 기반으로 한국은 미사일 지침 종료를 선언하고 미국이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2017년 11월 3차 미사일 지침 개정 당시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되 사거리 제한(800㎞)은 유지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고체연료 사용을 가능케 하는 '2020년 개정 미사일 지침'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선 사거리 제한마저 해제돼 제약 없이 미사일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런 지침이 있었다는 게 정상국가로서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미사일 주권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정부 일각에선 우주 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현종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긴 글에서 "국방과 안보, 산업기술은 모두 비례해 발전한다"며 미사일 지침 해제가 "그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특별보좌관은 "우리나라도 우리 기술의 위성을 쏘아 올리고, 세계 각국의 위성과 우주탐사선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서비스를 제공할 날이 올 것"이라며 "한국판 스페이스X는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 산업의 '개척자'로 평가받으며 로켓 재활용 기술, 초고속 위성 인터넷 서비스 등을 상용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육군이 적 도발 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지대지미사일 현무Ⅱ 탄도미사일의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 ⓒ육군/뉴시스
"한미동맹, 한반도 넘어선 역할·임무 강조"
"美, 손 안 대고 코 푸는 효과 거둘 수도"


정부 주요 인사들이 미사일 지침 해제를 외교적 성과로 부각시키고 있지만, 미국 역시 전략적 판단하에 관련 결정을 내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연다'는 소제목이 있다"며 "이전에는 한미동맹이 한반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선 한반도를 벗어나는 한미동맹의 역할과 임무를 강조한 측면이 없지 않다. (미사일 지침 해제 역시) 기본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과 연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800㎞)는 이미 보장됐던 만큼, 사거리 제한 해제는 중국 견제로 요약되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투영된 결과일 수 있다는 평가다.


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날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미국이 최근 중거리 미사일 제한 협정을 탈퇴했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손 안 대고 코 푸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중국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 (미국산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는 것과 한국이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해 가지고 있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군 역량 증진과 한미동맹 강화를 함께 추진해 중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며 '우회 견제'에 나선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최종건 "中 고려하지 않아"
中대사 "국익 상하면 가만히 못 있어"


문 정부는 미사일 지침 해제와 중국을 결부시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건 차관은 미사일 지침 해제 과정에서 "중국을 고려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부승찬 대변인은 "주변국 영향을 보고 미사일 지침을 결정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측으로부터 항의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사일 지침 해제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삼가면서도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미관계는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가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중국 국익이 상하면 이에 대해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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