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방송 뷰] '로스쿨'이 다룬 데이트 폭력, 자극 쫓는 드라마에 남긴 교훈


입력 2021.05.30 11:10 수정 2021.05.30 08:5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전시·자극 이용 유의해야"

ⓒJTBC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로스쿨'이 피해자를 향한 왜곡된 시선에 일침을 날리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표현 수위를 높이는 데 집중하며 피해자들을 향한 배려를 놓친 범죄 드라마들에 잔혹한 묘사 없이도 현실 반영과 긴장감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가 됐다.


지난 6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에서는 고윤정(전예슬 분)의 국민참여재판 과정이 담겼다. 고윤정은 불법으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려는 남자친구 이휘종(고영창 분)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휘종이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하지마비 판정을 받았던 것이다. 정당방위 인정에 대한 치열한 법적 공방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몰카 범죄부터 데이트 폭력, 가스라이팅까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성숙한 시선을 보여줘 이목을 끌었다. 고윤정의 평소 행실을 문제 삼고, "왜 신고 하지않았냐"는 질문을 서슴지 않는 검사 측의 모습은 실제로 피해자들이 겪는 2차 피해에 대한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특히 고윤정이 데이트 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날 때, 피해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이를 알게 된 강솔A(류혜영 분)와 고윤정이 안타까운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으로 그 아픔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당했던 폭행 장면들이 회상 형식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최대한 짧게 집약됐으며, 이마저도 고윤정의 반응에 집중하며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이휘종의 재판장 등장, 친구들이 또 다른 증거를 찾아내는 반전까지 짜임새 있는 전개를 통한 극적인 흥미도 충분했다.


ⓒSBS

최근 범죄 사건을 다룬 드라마들과 비교하면 '로스쿨'이 남긴 의미는 더욱 크다. 범죄를 본격적으로 다룬 '모범택시'와 '마우스', 왕따, 가정 폭력 등의 내용을 담은 '펜트하우스' 등이 일부 회차를 '19세 이상 시청관람가'로 편성하며 표현 수위를 높였고,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잔혹한 묘사들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린 바가 있다.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와 기사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모범택시'는 학교폭력과 불법촬영물 및 성착취 동영상 유포 등을 소재로 차용하며 현실 반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방송 초반 지적장애 여성을 향한 물고문과 성범죄 피해 내용을 지나치게 가학적인 내용으로 담아내 비난을 받았다.


'펜트하우스'는 시즌1에서 미성년자 폭행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비판을 받았으며, 시즌2에서도 천서진(김소연)이 주단태(엄기준)에게 폭행과 감금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 외에 '마우스'가 초반 사이코패스 피해자나 유가족들의 묘사 방식이 잔혹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최근 범죄를 다룬 드라마들이 카타르시스, 혹은 현실 반영을 위한다는 의도 아래 피해자를 배려하려는 장치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반복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디어에서 피해자를 다룰 때 유의할 점에 대해 "피해자를 노출할 때, 너무 의도적으로 보여주게 되면 자칫 전시하는 느낌을 준다. 자극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 돼버린다. 그런 것은 조심을 해야 하고, 이는 연출이 유의를 해야 할 것이다. 작가가 쓴 대본을 어떻게 표현하는 지가 중요하다. 너무 과도 할 때 의도성이 드러나 불편함을 준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면서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준의 연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