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작물 바이러스 17종, 영농현장서 2분이면 감염 여부 확인
지난해까지 17만5836개 보급…연간 1억8000만원 수입대채 효과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에서 개발・보급 중인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도구(진단키트)’가 영농현장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농진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진단키트 보급에 따른 바이러스병 피해 절감액이 약 6570억원에 달한다. 진단키트 국산화로 연간 1억8000만원 수입대체 성과도 냈다.
원예작물 바이러스병은 아직 치료 약제가 없고 전염 속도가 빨라서 한번 걸리면 자칫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물을 신속히 제거해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방법이다.
농진청에서 개발・보급하는 진단키트는 영농현장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작물 잎을 따서 으깬 후 즙을 진단키트에 떨어뜨리기만 하면 된다. 진단키트에 한 줄이 나타나면 음성, 두 줄이 나타나면 양성으로 2분 이내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진단키트는 수박 등 총 10개 작물에 발생하는 바이러스 17종을 잡는다. 바이러스 진단 정확도는 95% 이상이다. 지난 2007년 1080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무상 보급한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지난해까지 총 17만5836개에 이른다. 올해도 1만8000점을 보급했다.
특히 올해 보급 물량 중에는 고추에 문제가 되는 토마토반점위조 바이러스, 오이모자이크 바이러스, 고추모틀 바이러스, 고추약한모틀 바이러스 4종을 한번에 진단할 수 있는 ‘다중진단키트’가 포함 돼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다중진단키트는 단일진단키트를 이용할 때보다 진단 시간을 6분 단축하고 비용도 17% 줄였다.
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보급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키트의 바이러스병 피해 절감액은 2007년 40억원을 시작으로 2010년 264억원, 2015년 605억원, 지난해 696억원 등 지속해서 늘고 있다.
수입대체 효과는 평균 1만3000원 정도 되는 외국산 진단키트와 비교해 국산 진단키트는 3000원 정도로 비용을 77% 가량 절감시켰다.
실제로 경기도 성남에서 10년째 토마토를 재배 중인 김재환씨는 작년에 토모토반점위조 바이러스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해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잎이 말라 죽거나 토마토에 반점이 생기고 기형으로 달리면서 수확을 거의 못했다.
김씨는 “지금은 의심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바로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진단키트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신속히 조치하고 있다”며 “올해는 진단키트 덕분에 바이러스병 걱정을 좀 덜수 있었다. 피해도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숙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특작확경과 농업연구사는 “앞으로 채소는 물론 화훼・약용작물까지 바이러스 진단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며 “바이러스병 예방은 신속한 진단이 생명인 만큼 좀 더 빠르고 간편한 키트를 지속해서 개발・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