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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의 역습①] 글로벌 휩쓴 물가상승 공포...유동성 파티 끝나간다


입력 2021.06.07 07:03 수정 2021.06.04 16:28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목표치 웃도는 물가상승률

조기 테이퍼링 무게…한은도 연내 금리인상 시사

물가상승률 2%대 급등 · 추경 등 넘치는 ‘유동성’

지난 2월 14일 한산한 명동 거리의 모습. ⓒ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글로벌 경제가 기지개를 켰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세다. 코로나19로 억눌렀던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로 경기회복이 진행중인 한국 역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경기 정상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일축했으나, 소비자 물가는 고공행진중이다. 하반기 추경까지 집행되면 시중 유동성이 물가상승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發 경제회복 이후를 대비할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편집자주]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 공포는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물가가 꾸준히 상승중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최근 오름세를 기록하더니,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전보다 4.2%까지 치솟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만의 최대폭이다. 국내에서도 미국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조적인 물가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 치솟는 OECD 물가상승률...美, ‘테이퍼링’ 임박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동향보고서를 통해 “국가 경제가 지난 두 달 동안 이전 보고서의 조사 기간에 비해 다소 더 빠른 속도로 확장됐다”며 “전체 물가 압력이 지난번 보고서보다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속 제기됐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월 1200억 달러(한화 약 136조) 규모의 자산 매입 축소해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물가와 집값은 최근 3년 내 최고치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전역에 내려진 봉쇄조치가 완화되며 경기가 살아나고, 원자재 가격 등이 폭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EU 통계당국에 따르면 유료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인 유로존의 5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2% 올랐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 근접을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같은기간 물가상승률은 2.5%까지 올랐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ECB 역시 통화완화정책 기조를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6개국 회원국들의 4월 물가상승률지수도 전년동월대비 3.3% 올랐으며, 주요 7개국(G7)의 4월 물가상승률도 같은 기간 2.9%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에 실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은 지난 1일 2.1%까지 급등했다. 2년 반만의 최고치다. 미국 연준이 현 기준금리(연 0.00~0.25%)를 유지했음에도 4월 기준 기대인플레이션은 2.35%까지 올랐다.


소비자 물가지수 추이(전년 동월 대비, 통계청)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물가 상승률·추경 2차 단행...금리인상 경고등 깜빡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리를 연 0.5% 동결하면서도, 올해 수출호조와 민간소비 개선으로 연간 성장률을 4%까지 상향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3%에서 1.8%로 올리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1%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상승, 국내경기 개선세 등으로 물가상승폭이 지난해보다 커질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소비자 물가는 오름세를 기록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2.6% 오르며 9년여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46(2015=100)으로 전년동월비 2.6%올랐다. 두 달째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대를 웃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 급등 원인으로는 ▲코로나19 기저효과 ▲농축산물 가격급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시중 유동성 증가등이 꼽힌다.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을 ‘일시적’으로 보면서도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미국을 예로 들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은도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질수록 실물경제에는 부담이다. 명목임금과 상품 서비스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부채질할 수 있다. 명목물가 상승이 명목임금 상승을 웃돌 경우에는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 내수 침체로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3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지난해 네 차례 추경으로 총 66조8000억원을 마련했고, 올해도 14조9000억원의 추경을 편성 및 집행한 바 있다. 시중 유동성은 이미 넘쳐나고 있다. 지난 3월 시중통화량(광의통화, M2기준)은 지난 2월보다 38조7000억원(1.2%) 증가한 3313조1000억원에 이른다. 2009년 3월 이후 최대치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시중에 돈이 추가로 더 풀리면 물가 급등을 부채질 할 수 밖에 없다.


인플레 조짐에 조기 기준금리 인상까지 점쳐진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현 0.50%로 동결했지만 ‘금융불균형 누적’을 거론하며 경기 과열에 선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국고채 금리가 장기물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문제는 가계 부채 규모다. 현재 가계부채는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으로 1700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대폭으로 늘어났다. 금리인상이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통화 경기부양책을 실행했지만,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만 자극하고 실물경제와의 격차만 키웠다”며 “최근의 소비자 물가 상승은 이같은 부작용이 정상화 되는 과정으로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상승을 두렵게만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이후 과거에는 없었던 특이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정부로써는 경제 전반 상황을 고려하면서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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