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달걀, 햄버거, 라면 등 ‘서민품목’ 줄줄이 ↑
정부 ‘일시적’ 이라면서도 물가 추이 ‘경계’
시장금리도 ‘꿈틀’...이자 폭탄 ‘우려’
작황 부진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 등으로소비자물가가 9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생활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농축수산물은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고, 석유류 가격도 13년여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전세값도 2017년 11월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정부는 이같은 오름세가 하반기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백신 보급과 소비 확대로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 버블 ‘경고등’이 커진 가운데, 서민물가 급등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심상치않은 가운데 금리가 오를 일만 남았다는 데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당장 빚을 내 투자한 ‘빚투족’ ‘영끌족’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경제적 타격은 물론 기업발 금융부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생필품•농산물•부동산 ‘천정부지’...내년에도 오른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9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2012년 4월(2.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은 코로나19 기저효과와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 국제유가 상승이 이끌었다. 농·축·수산물이 12.1%, 공업제품 3.1%, 서비스 1.5%가 각각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파 130.5%, 달걀 45.4%, 휘발유 23.0%, 경유 25.7% 올랐다.
개인서비스(2.5%)를 중심으로 서비스 물가도 올랐다. 이 중 외식물가는 2.1%, 외식 외 물가는 2.8% 늘어났다. 햄버거 6.1%, 생선회(외식) 5.6%, 갈비탕·김밥(각 4.2%), 볶음밥(3.9%), 스테이크(3.5%), 불고기(3.3%), 쇠고기(외식·3.3%), 짬뽕(3.3%), 짜장면(3.2%) 등 순으로 올랐다. 라면(외식·2.8%), 떡볶이(2.8%), 김치찌개백반(2.6%) 등 서민들이 즐겨찾는 음식 가격이 줄줄이 뛰었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환경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1.5%까지 뛰었다. 2017년 9월(1.6%)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근원물가는 농산물이나 석유 등 환경에 민감하지 않아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집세는 지난해보다 1.3% 오르며, 3년 6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전기·수도·가스는 1년 전 보다 4.8% 하락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체감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3.3% 상승했다. 2017년 8월(3.5%)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6월 물가상승률도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물가오름세는 하반기 진정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통계청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소비와 밀접히 연관된 개인서비스가격이 점차 상승하고 있는 주목할만한 부분”이라며 경계감을 놓지 않았다.
정부도 선제적 물가관리에 나섰다. 농축산물 수급정상화를 위해 계란수입물량을 전월 대비 1000만개 늘린 5000만개 이상을 수입하고, 쌀 2만t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또 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해 중소가공식품·외식업계의 원료매입자금 금리를 0.2%p 인하하고, 할인쿠폰 등으로 소비자부담 완화 정책도 추진할 방침이다.
◆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자상환 후폭풍도 거세
소비자물가가 들썩이자 시장금리도 오름세다. 인플레이션 경계감과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에 대한 우려로 시장금리가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초부터 금리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발언 이후 국고채의 금리가 출렁이고 있다.
시장금리의 바로미터인 국고채 3년물,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는 지난2일 기준 각각 1.2%, 2.195%까지 뛰었다. 2018년 11월 22일(2.205%)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 회복에 따라 국채금리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2차 추경편성에 따른 국채 발행량 증가 역시 금리를 부채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금리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가계대출 금리는 2월 2.81%, 3월 2.88%, 4월 2.91%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 규모도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잔액(부채)는 1765조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치로 집계됐다. 한은도 늘어나는 가계대출에 우려를 숨기지 표했다. 특히 주식·암호화폐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누적’을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을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수순이다. 문제는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연 1%p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11조8000억원 늘어난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저금리 기조에 대출을 늘린 가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발 금융부실도 염려된다. 현재 금융권과 정부가 코로나19 지원책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자상환을 유예 중이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하면 이같은 금융대책이 되려 금융 부실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생필품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위험이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면 소비가 회복되면서 인플레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있고, 이같은 관점에서 금리인상 논의는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물가상승 추이를 살펴보고 조정을 할 수도 있겠으나, 취약층에 선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가 적자부채 조달 위험성과 신용도가 떨어지는 경제 주체를 중심으로 금리상승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