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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비대해요? 늘리래서...” 정규직화 했더니 자리 빼 민심달래기


입력 2021.06.08 15:53 수정 2021.06.08 16:17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정규직화·신규채용 등 현 정부 정책 맞춰 3000명 이상 증가

정부 입맛 맞춰 “늘려다, 줄였다” 비난 여론

“조직 축소, 또 다른 갈등요인 될 수도…주택 공급 차질 우려도 계속”

정부는 지난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LH 기능‧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데일리안DB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이에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은 앞장서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한다.


당시 ‘비정규직 제로화’ 1호 공공기관이었던 인천공항공사는 이후 정규직화 논의 과정에서 일어난 노조와 사측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 등 이른바 ‘인국공 사태’라는 말까지 만들며 수차례 홍역을 치러왔다. 이 과정에서 구본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해임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에서 정규직화 관련 논의는 현재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LH 혁신안 발표…인력 20% 이상 감축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현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실현을 위해 수 천 명을 인위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맞춰 거대하게 커졌던 조직이 또 다시 정부의 정책에 맞춰 축소해야할 상황에 놓이면서 ‘정부의 입맛 따라 조직을 헤쳐 모으고 있다’라는 지적도 거세다.


정부는 지난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LH 기능‧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투기 재발 방지를 위해 LH의 공공택지 입지 조사 권한을 국토교통부로 이관하고, 조직은 절반 가까이 축소한다.


인력 감축 규모는 20% 이상으로 정해졌으며, 이는 2단계에 걸쳐 진행한다. 1단계에선 상위 관리직(2급 이상), 지원부서 등에서 인력 1000명이 감축된다. 2단계에선 전체 인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지방도시공사 업무와 중복 우려가 있는 지방조직의 단계적 축소가 시행된다.


정부는 LH 기능‧조직 개편안에 따라 LH의 공공택지 입지 조사 권한을 국토교통부로 이관하고, 조직은 절반 가까이 축소하기로 했다.ⓒ국토교통부
LH 비정규직 정규직화, 2016년 140명 → 2018년 1715명


그러나 LH 인력 규모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급격히 늘어났다. 현 정권의 공약에 맞춰 2년 계약직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6637명이었던 LH 전체 임직원 수는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8220명으로 1500명 이상 급증했고, 2018년 9089명, 2019년 9456명, 2020년 9683명, 올해 990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현 정부 들어 3000명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16년 140명이었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 채용은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에는 1261명, 그 다음해인 2018년 1715명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임직원 수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생겨났다.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는 직접 고용으로 정규직 전환은 사라졌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LH는 지난 2017년 12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개최된 ‘공공부문 일자리 콘테스트’에서 경제부총리상을 수상했고, 2018년 7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신규 채용도 4년 만에 크게 늘었다. 지난 2016년 138명에 불과했던 LH 신규 채용은 2017년 531명으로 급격히 늘었고, 2018년 728명, 2019년 830명, 2020년 515명으로 현 정부 들어 2604명이 신규 채용됐다.


결국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신규 채용 등 정책에 맞춰 늘어난 정원으로 조직 자체가 4년 만에 2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이를 ‘민심 달래기’에 급급해 4년 만에 조직을 다시 줄이는 자체가 ‘정부의 입맛 따라’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이유들로 LH 본사가 있는 진주시를 비롯해 경남지역에서는 LH 혁신안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어찌 보면 LH가 인국공 보다 먼저 정규직화를 했고 2017년 이후에는 채용도 활발하게 해왔다”며 “정부 정책에 맞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신규 채용을 꾸준히 실천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LH 전 고위관계자는 “이처럼 정부가 시키는 대로 늘린 조직을 이제와 정부가 다시 인위적으로 줄인다는 것”이라며 “LH는 2009년 한국주택공사와 대한토지공사를 이미 한차례 물리적으로 결합한 조직이다. 당시 많은 반발과 사회적, 시간적, 비용적인 낭비가 있었는데 이를 다시 줄이고 가르는 데 또 다른 갈등 요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LH 조직개편이 진행되면서 주택 공급에 대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LH 직원 투기 의혹 광명시흥 신도시 부지 전경 모습.ⓒ국회사진취재단
 “LH 조직개편, 근본적인 문제해결 아냐”


시장에서는 LH 조직개편이 진행되면서 주택 공급에 대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계속된다. 현재 LH 조직 내부에서도 3기 신도시와 관련한 인력은 오히려 부족한 실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LH 기능과 조직을 슬림화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되기 어렵다”며 “3기 신도시 관련해서는 업무수행 평가나 인력 구성으로 봤을 때 당초 계획대로 LH가 사실상 주 업무를 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투명성이 재고된 상황에서 절차에 맞춰 검증을 통해 진행하면 될 것”이라며 “LH 투기를 막는다고 지금 당장 조직을 줄이기보단, 3기 신도시 진척 상황에 따라 인력도 수급 조절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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