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친환경 정책, 생산능력 확충 등 영향
최근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원자재 상승이 지속될 경우 실제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추세적으로 상승하면 1년 후 최대 0.2%까지 물가가 오르는 등 충격 효과는 장기에 걸쳐 지속된다는 분석 결과이다.
한국은행은 9일 ‘국제원자재가격 상승배경 및 국내경제에 대한 파급영향 점검(BOK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은 글로벌 경기회복, 일부 품목의 수급차질, 투기수요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시장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의 슈퍼사이클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그린경제가 산업 전반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져 원자재 전반의 상승사이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다른 쪽은 신흥국 경제가 과거 슈퍼사이클을 주도했던 수준의 고성장세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곡물, 원유 등의 경우 공급이 수요확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원자재가격의 슈퍼사이클 진입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원자재가격이 최근 사이클 저점에서 미약하게 반등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크지 않고 최근 가격상승에 경기회복, 수급요인 등의 영향이 혼재한다”며 “향후 원자재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 주요 원자재 생산국의 생산능력 확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같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수입중간재를 통한 경로, 기대 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유가격, 금속가격, 곡물가격 상승은 각각 석유류 가격, 금속관련 제품, 외식비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또한 원자재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경제주체의 물가상승에 대한 자기실현적 기대가 형성되면서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쳤다. 1960~80년대 미국의 경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물가와 실업률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의 상향이동을 초래하기도 했다.
한은은 원자재가격 상승이 추세적인 경우와 일시적인 경우로 나누어 실증분석한 결과 “원자재가격이 추세적으로 상승(10%)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최대 0.2%(4분기 후) 상승(일시적 상승시 0.05%)하며, 충격의 효과가 장기에 걸쳐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