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작은 개도국서 실험적 움직임…대세화는 글쎄
탈중앙화·변동성 등 결격사유 다수…“도입 시 혼란 초래”
최근 엘살바도르 등 일부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추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변동성이 지나치게 큰데다 일부 유력 인사의 발언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상 법정화폐 지정 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도입하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 화폐가치가 지나치게 낮은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할 수는 있겠으나 전 세계적인 추세로 확대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학계와 업계 일각에서는 가상화폐의 법정화폐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 탈중앙화와 큰 변동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우선 가상화폐의 경우 나라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을 통해 유동성 통제가 불가능하다. 즉 정부가 지나친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물가하락(디플레이션) 등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수요에 따라 시세 변동성이 큰 점은 법정화폐로서 리스크가 너무나 크다는 지적이다. 가상화폐의 경우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기존 화폐나 자산과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치 변동성이 매우 크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서 자사 자동차의 비트코인 결제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비트코인은 한 때 8000만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그가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는 듯 한 트윗을 지속적으로 남기면서 가격은 크게 하락했고 현재는 3800만원 선도 무너진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투자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화폐로서는 여러모로 결격사유가 많다”며 “법정화폐 지정 시 외부 요인에 따른 변동성을 다른 나라가 악용할 경우 한 국가의 경제가 파탄 나는 등 위험요소가 크기 때문에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에서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제약이 아주 많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의 경우 채굴하는데 비용이 크게 소요되는 데다 탈중앙화 성격을 띠는 탓에 상황에 맞춰 정책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며 “제한적인 공급으로 인해 수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너무 심해 화폐로서 구실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살바도르의 경우 규모가 작고 시험적인 측면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도입하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컨퍼런스’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비트코인을 자국의 법정화폐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