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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세 모녀 상속 소송, 부끄럽고 화 치민다"…그룹 원로들의 탄식


입력 2024.07.17 22:38 수정 2024.07.17 22:43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정상국 전 LG그룹 부사장 페이스북서 "인화(人和)의 LG가 어쩌다가…" 탄식

"임직원들과 함께 일궜는데…오너일가 돈싸움이 망가뜨려"

송사 탓 경영 위축 우려 커져…그룹 원로들 "그룹 전통까지 무너져선 안 돼"

지난 2012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미수연에 모인 LG家 모습ⓒ연합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LG 오너가 상속분쟁에 대한 그룹 원로들의 고언이 쏟아졌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취하해 달라는 게 요지다.


세 모녀는 LG의 전통에 따른 상속이 문제가 있으며, 통상적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로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그룹 원로들은 이번 소송을 두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다 끝난 상속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룹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LG에 따르면 구 회장을 포함한 상속인 네 명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 회장이 상속하고, 어머니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실제 정상국 전 LG그룹 부사장은 17일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돌아가신 화담(和談) 구본무 회장께서 작금의 이 지경을 보시면, 어떤 마음이 드실까"라며 "그동안 LG를 거쳐간 수많은 임직원의 피땀과 열정으로 이룬 '인화의 LG 브랜드'를 오너일가 돈싸움이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LG그룹 각사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퇴직한 최고 경영자나 임원들 중에는 심지어 '가족 상속 분쟁' 때문에 부끄럽고 화가 치민다는 분들도 제법 계시다"고 전했다. 최근 주요 계열사의 경영 실적과 시가 총액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구광모 회장이 송사에 휘말려 LG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부사장은 1978년 LG화학에 입사해 30여년 간 LG에서만 근무했고, 한국PR협회장 직도 맡은 바 있는 홍보·전략 전문가다.


다음은 그가 전한 LG그룹 원로들과 가족들의 고언(苦言)들을 말말말로 정리했다.


지금 LG계열사들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 가족분들끼리 '상속 재산' 분쟁이나 벌이고, 경영권 다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구광모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해서 이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구 회장님을 봐서도 가족들 편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의 참뜻은 과연 뭣이었을까'를 헤아려 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가족들이 제대로 경영 수업을 받은 적도 없는데 무슨 수로 경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LG가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LG그룹 말아먹을 일이 있나? 그라고 얼마 전에 TV뉴스 보니까 가족들이 뭐, 지저분한 사고도 많이 저지르고 하던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렇게 탐욕적인 생각을 갖고, 어떻게 바른 경영을 할 수 있겠나? 구본무 회장은 정도경영을 실천해 왔는데.


가족들이야 지금 갖고 있는 돈이나 재산만 해도 엄청나지 않나요? '상속재산분할협의서'라는 거까지 작성하고 싸인도 했다면서요? 그럼 다 끝난 건데 이제 와서 뭘 어쩌라고?


구본무 회장 사모님이 저러실 분이 아닌데, 왜 그러시는 걸까? 누가 옆에서 장난치면서 부추기고 있는거 아냐? 사위인가 하는 그 친구도 영판 뭐 소문이 안좋던데?


아니 나도 명색이 구자경 회장 딸인데, 뭐 변변히 받은 재산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아무 불만도 제기하지 않았다. 장자 승계가 우리 집안을 지탱해 온 훌륭한 전통이기도 하고, LG를 생각해서도 분란을 일으키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케와 조카들은 미리 받은 증여와 상속으로 이미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셋이 합친 LG지분이 무려 8%나 된다던가? 1조가 훨씬 넘는 엄청난 돈이다. 게다가 5천억 어치 재산도 따로 떼서 주고 연경이는 LG복지재단 대표도 시켜줬고, 그 정도면 됐지. 무슨 지분이니 경영권이니 소송까지 하면서 과욕을 부리고. 심지어 외신에 인터뷰까지 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나. 솔직히 남부끄럽고 쪽팔려서 죽겠다. 완전 집안 망신이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됐는지, 참말로 이해할 수가 없다. 광모 지분도 그래 봐야 15% 남짓 밖에 안 되는데…


LG의 '아름다운 승계 전통'을 생각해서도, 돌아가신 구본무 회장님과 구자경 회장님을 생각해서도, LG의 경영과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해서도 가족분들께서는 명분도 없고 또 승산도 없는 '상속 재산 분할 소송'을 조속히 취하해서 LG家 오너로서의 마지막 품격을 지켜주시기 바란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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