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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바람대로’ 야유 없었던 이유는?


입력 2024.10.16 08:42 수정 2024.10.16 09:56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이라크전 승리 후 관중들과 기념 촬영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 KFA

홈경기에서 우려했던 거친 야유는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4차전에서 이라크(피파랭킹 55위)를 3-2로 꺾고 B조 1위(3승1무/승점10)를 지켰다.


70% 이상의 점유율을 찍으면서도 이라크 전방 압박에 다소 고전했던 한국은 전반 41분 이라크 뒷공간을 침투한 설영우의 크로스가 박스에 있는 배준호에게 흘러갔고, 문전에 자리한 오세훈은 배준호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다.


1-0 리드를 잡고 후반을 맞이한 한국은 이라크 스트라이커 아이멘 후세인에게 5분 만에 동점골을 내줬지만, 오현규-이재성의 연속골로 3-1로 달아났다. 후반 추가시간 집중력이 떨어진 탓에 코너킥에서 헤더골을 허용하며 1골 차로 쫓겼지만 더 이상 실점하지 않고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홍명보 감독의 교체 카드도 빛났다. 1-1 팽팽히 맞선 후반에 문선민과 오현규를 투입했는데 둘이 추가골을 만들었다.


원정 2연승에 이어 홈에서도 승리를 추가한 한국은 조 선두를 질주했다.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이라크는 2승1무1패(승점7)로 2위에 자리했다. 홍명보호는 출범 후 첫 경기였던 팔레스타인전에서 무득점 무승부로 흔들렸지만, 오만-요르단, 그리고 B조 2위 이라크까지 연파하며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김민재 ⓒ KFA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올해 가장 중요한 경기였는데 승리해서 기쁘다. 선수들에게 축하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이번 소집 기간이 짧았는데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좋았다"고 말했다.


관중들의 야유가 없었던 것에 대해 묻자 홍 감독은 “(그 이유는)잘 모르겠다”며 가벼운 웃음을 띠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잔디 문제로 인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라크전에는 시야방해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이 팔려나갔다. 3만3000여 관중이 입장, 사실상 매진이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홍명보 감독을 향한 거센 야유는 없었다.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렀던 팔레스타인전 때와는 대조를 이룬다.


당시 홈경기에서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응원 걸개를 거꾸로 매달았고, 경기 시작과 함께 ‘피노키홍’, ‘선수는 1류, 협회장은?’ 등의 걸개도 눈에 띄었다. 선수들이 소개될 때는 환호성이 터졌지만, 홍명보 감독이 소개될 때는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을 향해서는 경기 전과 경기 중에도 “정몽규 나가!!”와 같은 구호가 이어졌다. 경기 내용이나 결과(0-0)고 좋지 않아 팬들의 분노와 우려는 더욱 커졌다.


여전히 한국 축구는 홍명보 감독 선임 불공정성 논란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4선 연임 여부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팔레스타인전이 펼쳐졌을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해소된 부정적 이슈는 없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펼쳐진 용인미르스타디움 내 분위기는 달랐다. 홍 감독을 향한 뜨거운 박수는 없었지만, 거센 야유도 없었다. 정몽규 회장을 겨냥한 비판 걸개도 눈에 띄게 줄었다.


홍 감독은 야유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붉은악마와 관중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위해 자제하자”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홍명보 감독 ⓒ 뉴시스

팔레스타인전 종료 뒤 김민재는 관중석으로 찾아와 야유 자제와 함께 응원을 부탁했다. 다른 선수들도 “(야유가 나오는 분위기는)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붉은 악마는 공식 SNS를 통해 “지기를 바라는 응원은 없다”라며 “우리의 야유와 항의는 거짓으로 일관하는 협회와 스스로 본인의 신념을 져버린 감독에 대한 항의다. 붉은악마가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수들과 모든 순간들을 함께했고 어떠한 순간에도 ‘못하길 바라고’, ‘지기를 바라고’ 응원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하며 “붉은악마는 어느 곳이든 늘 선수들과 함께하며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하고 응원하겠다”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진행 중이고, 정 회장이나 홍 감독은 국회 현안질의에 불려갔다. 정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도 앞두고 있다. 부정적 이슈가 제거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축구팬들은 선수들을 위해 꾹 참았다. 선수들은 2골을 내주긴 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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