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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도이치 의혹' 불기소 처분…해소되지 않은 의문점들 [법조계에 물어보니 529]


입력 2024.10.18 17:30 수정 2024.10.18 22:51        황기현기자 (kihyun@dailian.co.kr), 김남하 기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17일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분 결정

법조계 "김여사, 권오수와 의사 연락한 뒤 매도한 것 자체가 통정매매 아닌지 의심"

"비슷한 행위 한 다른 전주는 기소됐음에도…김 여사 불기소된 점 구체적 설명했어야"

"검찰 설명, 김 여사가 함께 주식거래 했지만 주가조작인지는 알 수 없었다는 취지"

김건희 여사 ⓒ뉴시스

검찰이 1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법원이 통정매매로 인정했는데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가 부정된 것에 대해 의문이 남을 수 있다"며 "정황과 의혹만으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기소를 할 수는 없지만, 증거를 수집하고 조사해 사안을 규명하는 게 수사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에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했다는 입장만으로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윤 대통령이 취임 전 발생한 사건이기에 권력형 비리가 아닌데도 수사에 4년이나 소요된 부분과 수사심의위를 거치지 않은 검찰의 '셀프 검증', 2차 주포 김모 씨가 수배자 신세로 도망 생활을 하던 시기에 작성한 편지에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라고 적은 것에 대한 검찰의 설명, 김 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를 'BP패밀리'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서도 "마찬가지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부분 등에서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전날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검찰은 "증거관계 및 법리를 종합할 때,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시세조종 주포들과 범행을 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김건희)에게 시세조종 내지 주가 관리 상황을 알려주며 피의자와 범행을 공모했다거나, 피의자가 권 전 회장 등의 범행을 인식하고 관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김 여사가 직접 운용한 대신증권 계좌 거래였다. 앞서 2심 법원은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이 계좌로 거래한 12건을 서로 미리 짜고 한 거래(통정매매)로 인정했다.


특히 11월 1일 거래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주당 3300원에 매도하기 22분 전, 2차 주포 김 씨가 블랙펄인베스트 직원 민모 씨에게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하라"고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김 씨는 22분 뒤 민 씨에게 다시 "매도하라 하셈"이란 문자를 보냈는데, 7초 뒤 김 여사의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 ⓒ뉴시스

이 거래에 대해 검찰은 김 씨 측이 권 전 회장에게 "매도 주문을 내면 곧바로 받겠다"는 요청을 했고,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부탁해 김 여사의 주식을 팔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겠느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았다고 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회장과 김 여사 모두 이 거래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고,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사실을 숨기고 매도를 유도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씨가 수배자 신세로 도망 생활을 하던 시기 작성한 편지에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라고 적은 것과 관련해서는 "김 씨가 수사를 피해 도망 다닐 때 작성한 것인데,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배우자가 유력 인사라 김 여사만 빠지게 됐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애초 이 사건이 윤 대통령을 잡으려고 하는 수사인데 김 여사만 결국 빠졌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양쪽 다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김 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를 'BP패밀리'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권 전 회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지, BP패밀리인지 등 정확히 뜻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만 설명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쉽게 납득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의사 연락을 한 뒤 매도한 것 자체가 통정매매 아닌가 싶다"며 "굉장히 의심되는 상황인 것 같다. 불기소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시기 및 방식에 비추어보면 수사기관의 처분이 적절했는지 쉽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비슷한 행위를 한 다른 전주는 기소됐음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는 불기소된 점에 대해서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검찰 ⓒ연합뉴스

다른 변호사는 "법원이 통정매매로 인정했는데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가 부정된 것에 대해 의문이 남을 수 있다"며 "1차 주포인 이모 씨가 지인을 통해 김 여사에게 보냈다는 김 여사 손실액과 비슷한 규모의 4700만원 부분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여사가 몰랐다'는 진술들과 '금원의 성격을 알 수 없다'라는 내용 정도가 증거의 전부라면 정황과 의혹만으로는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기소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러 증거들을 수집하고 조사해서 정황과 의혹을 해소해 사안을 규명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역할이기도 하므로,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했다는 입장만으로는 부득이 의문이 제기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검찰의 설명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혐의가 인정되는 사람들과 친한 사이이고 함께 주식 거래를 했지만 주가조작인지는 알 수 없다는 취지인데 실제로 공범 수사에서 주요 인물이 혐의가 없다고 빠지는 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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