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위원회(이하 아카데미)가 출품 요건으로 AI(인공지능) 사용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그동안 AI 기술이 영화 제작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는 제작사의 자율에 맡겨졌으나, 이제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이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된 것이다. 이는 '브루탈리스트'가 AI 기술을 활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에 부딪친 것이 배경이 됐다.
'브루탈리스트'의 영화 편집자인 다비드 얀초는 주연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펠리시티 존스가 헝가리어 대사를 보다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도록 AI 도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실이 공개되자,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고 오스카 작품상 유력 후보인 작품이 AI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평소보다 거센 비판 대상이 됐다.
비판의 요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작 방식이 영화의 진정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배우와 제작진의 노력, 연기, 연출 등 인간들의 창의성과 기술의 결합된 예술이다. 그러나 AI가 창작 과정에 개입하면서, 작품이 인간이 빚어낸 감성과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계산된 기술의 결과물 변질됐다는 것이 이유다.
또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존 영화 산업 종사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2023년 118일간 진행된 파업을 통해 AI 기술 사용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으나 여전히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도 제작 방식의 변화, AI 기술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과, 반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창출하려는 흐름이 공존하고 있다.
논쟁과 별개로 AI 기술은 이미 영화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서는 AI 기술을 통해 해리슨 포드의 젊은 시절을 복원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는 아역 배우의 얼굴에 안야 테일러 조이의 얼굴을 AI로 합성하는 기술이 사용됐다.
시각효과(VFX) 및 제작 비용 절감, 고비용 실사 촬영을 대체하거나, 위험한 스턴트 장면을 AI를 기반으로 합성 , '브루탈리스트' 사례처럼, AI를 활용한 음성 합성 및 언어 교정 기술이 배우들의 연기 보완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AI 기술의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브루탈리스트' 외에도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 '컴플리트 언노운', '듄: 파트2', '에밀리아 페레즈' 등도 AI 기술을 활용했다.
이에 영화 산업은 AI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가치를 평가 할 것이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때다. 아카데미가 이 기준의 단초를 마련할 것인지 영화인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