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아닌 ‘지원’ 방식으로 가닥, 업계 반발 거세
소상공인 “지지부진 끌다가 자영업자 희망만 태운 꼴” 비판
정치권에서 자영업 손실보상법과 관련해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수개월째 지지부진하게 소급 적용을 할 듯 말 듯 애만 태우다 결국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마지막 희망마저 태운 꼴이라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일 당정 협의를 거쳐 오는 9월부터 손실보상제를 도입하되 기존 손실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해선 손실보상 대신 피해 지원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민주당은 코로나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의 영업 손실을 공적 자금으로 보상해 주는 ‘손실보상법’을 소급 적용하려고 했으나, 위헌 논란과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들어 피해 지원 방식으로 선회했다. 중복 지원과 형평성을 문제 삼은 정부의 강한 반대도 주요 배경이 됐다.
이에 따라 노래연습장, PC방, 유흥주점 등 고위험시설 업종과 여행업, 예식장업 등 경영위기 업종에 100만~500만원 상당의 피해지원금을 일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재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반영하기로 했다.
외식업계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일선 현장의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불만도 상당하다. 정부에서는 피해지원금이 손실보상 소급적용과 같은 효과라고 주장하지만, 업종별 피해규모가 서로 달라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당정은 피해지원금을 놓고 ‘폭넓고, 두텁고’ 등의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제대로 된 손실보상 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수많은 소상공인들을 기만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행정명령에 따라 모든 책임을 다했다"며 “책임을 다했으면 그 책임을 다한 만큼의 손실보상을 해줘야 한다. 우리 배를 채우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지난해 보다 상황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임대료만 겨우겨우 막는 수준이다. 내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지난해 보다 올해 좀 낫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힘들다. 지금 식당을 당장 그만두고 남의 집 살이 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한다"고 하소연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현 어려운 상황에 대해 보상을 해달라고 했지 지원을 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며 “보상은 피해를 산정해서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서 그 피해 금액을 보전해 주는 것이고, 지원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업종별로 정액으로 지급을 해주는 것인데 정확하지도 않고 또 다시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1년 예산 규모가 600조인데 논의되고 있는 선별 지원금은 5조 안팎이다. 예를 들어 국가를 6000만원을 버는 아버지라고 생각했을 때, 아이가 아파죽겠다는데 5만원 쓰겠다는 것이다. 예산 가지고 핑계만 댄다”고 주장했다.
외식업계는 현재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을 통해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지만, 5인 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등에 따른 매출 하락을 메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폐업이 쉬운 것도 아니다. 밀린 월세 때문에 보증금은 물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권리금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카드 결제 단말기 위약금과 인테리어 원상복구 비용 등 비용 부담이 커 폐업을 결정하더라도 철거를 완전히 끝내는 순간까지 고통이 이어지게 된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최근 뉴스를 봤는데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빚을 갚지 못할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와 실직자들의 개인 파산 신청이 크게 늘어 한 달에만 1000명에 육박한다고 했다”며 “피해지원금을 받으면 또 임대료를 내고 거기서 다음 생존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