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주축으로 시장 급성장…2025년엔 3381억 달러 규모 전망
“현실과 가상 괴리 현상 심화” 지적…아바타 활용한 신종 사기 우려도
유통업계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온라인 가상현실 세계로 몰려들고 있는 만큼 시장의 성장 속도에 맞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종 범죄에 악용되거나 현실과 가상의 격차를 더 키우는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3차원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을 말한다.
유통업계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에서 나만의 아바타에게 브랜드 옷과 신발, 모자, 장신구 등을 입혀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입점해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제페토는 패션 브랜드숍에서 현금으로 충전해 얻은 젬(GEM) 또는 코인을 이용해 브랜드의 옷과 액세서리 등을 구매해 아바타에게 입힐 수 있고, 다른 사용자(아바타)와도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하다.
현실에서 맘껏 살수 없는 구찌 가방과 의류 등을 제페토 안에서는 1만원으로 전신 착장이 가능하다.
특히 구찌는 제페토 안에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구찌 빌라’를 선보이며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구찌 외에도 제페토에는 크리스찬 루부탱, F&F의 MLB, 나이키 등이 입점해 있다. 편의점 CU 역시 오는 8월 제페토에 가상현실 편의점을 열 계획이다.
이랜드의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의 경우 증강현실(AR)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착용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로이드의 공식몰에서 고객이 실시간 영상으로 시착을 경험할 수 있고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일찌감치 가상세계에 뛰어들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폴스미스, 맨온더분 등 4개 패션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에 구현한 3D 가상매장(버추얼 스토어)를 열었다.
LF의 헤지스 역시 지난달 국내 최초의 3D 가상 런웨이 ‘헤지스 버추얼 런웨이(HVR)’을 진행했다. 특히 관람객 모두를 특정, 소수만 누려왔던 관람석 맨 앞줄 ‘프론트 로’로 초대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MZ세대를 주축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 4명 중 1명은 AR이나 VR 기술을 통해 패션 상품을 가상으로 착용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온라인에서 패션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8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5.3%가 가상 착용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 이용률은 20대가 32.8%로 가장 높았고 그 뒤는 40대(26.6%), 30대(25%), 50대(18.1%) 순이었다.
유통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 VR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330억 달러에서 2025년 3381억 달러, 2030년 1조924억 달러로 고성장이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실과 가상의 괴리, 아바타를 이용한 사기나 명예훼손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딥페이크(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를 활용해 가상세계 내 아바타를 이용한 각종 범죄에 취약한 데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현실 도피 등 온라인의 자아에 집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콕과 재택근무·수업 등이 확산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개인정보 노출이나 범죄에 악용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