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태국의 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


입력 2021.07.22 14:23 수정 2021.07.22 14:24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랑종’

ⓒ

올 여름 극장가에는 유난히 공포영화가 대세다. 코로나19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면서 공포영화가 스크린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저링3’부터 ‘콰이어트 플레이스2’, ‘여고괴담 모교’ 등이 6월에 개봉했고 7월에는 ‘랑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랑종’은 2015년 ‘곡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나홍진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고 태국 최고의 공포영화 감독 반종 파산다나쿤이 연출한 한국과 태국의 합작영화다. 영화 제목 ‘랑종’은 무당이라는 뜻을 가진 태국어로 ‘곡성’에서 무당 일광의 전사(前事)를 다룬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또한 한국 자본을 투입해 태국 감독과 배우를 캐스팅하여 태국 이야기를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국제화와 연관해서도 큰 의미가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님(싸와니 우툼마 분)의 언니 노이(싸라니 얀키띠칸 분)는 집 안의 대를 이어 신내림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거부해 대신 동생 님이 무당이 된다. 그러나 그 후 노이의 딸 밍(나릴야 군몽콘켓 분)에게 바야신이 아닌 다른 신내림이 찾아왔고 악령에 빙의 된 밍에게 퇴마 의식을 치루는 과정에서 사태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

나홍진 감독은 곡성의 속편과 같은 무당 이야기를 왜 한국이 아닌 태국으로 정했을까. 이유는 먼저 한국의 샤머니즘이 불교 국가인 태국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샤머니즘은 초자연적인 존재를 숭배하며 무당이 영적인 존재와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샤머니즘은 불교와 결합할 경우 신의 종류와 범위는 더 다양해지고 넓어진다. 영화는 한 집안의 여성들에게만 대물림되는 세습무를 통해 태국의 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어 한국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정서 또한 태국과 비슷하다. 한국 공포영화는 대부분 귀신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흰 소복을 입은 귀신이 등장하고 그에게는 억울하게 당한 사연이 있다. 귀신을 통해 권선징악을 보여주는데 1960년대는 신상옥의 ‘백사부인’, 이용민의 ‘목 없는 미녀’ 그리고 권칠휘의 ‘월하의 공동묘지’까지 공포영화의 전성기였으며 1970년대는 TV 전설의 고향이 이를 대체했다. 태국 역시 귀신과 영혼에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또한 귀신들의 이야기에서 우리처럼 여자와 얽힌 이야기가 근간이 되고 사연 또한 대게 은폐되거나 억울한 이야기들이다.


ⓒ

공포를 다루는 방식도 닮았으며 태국의 습한 기후도 큰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태국 공포영화는 미국과 유럽의 공포영화들처럼 스케일이 크거나 충격적인 비주얼이 있지 않다. 대신에 분위기와 이야기로 공포를 준다. 예산상으로도 어려움도 없으며 문화적 이질감도 적어 한국과 태국의 합작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영화 ‘랑종’은 ‘곡성’의 뒤를 잇는 작품이다. ‘곡성’은 음습한 분위기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 태국의 기후는 영화에서 특별한 설정 없이도 그 자체로 음습한 기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랑종’을 관통하는 정서는 심한 불쾌함과 찝찝함인데 태국의 습한 기후를 통해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느낌을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느낄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시공간의 제약도 없고 복채 부담도 작은 이른바 언택트 점집이 인기다. 감염을 우려해 오프라인 점집 대신 유튜브 등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부 무속인들은 이미 파워유튜버의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영화 ‘랑종’은 최근 코로나로 무속에 관심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와 ‘곡성’에서 무당의 전사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기대가 결합돼 올여름 최고의 화제를 낳은 작품이 되고 있다.


ⓒ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더 많은 영화 이야기는 유튜브 '양경미의 씨네톡'에서 확인하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