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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폐막②] 노메달? 자랑스러운 4위들에 쏟아진 갈채


입력 2021.08.09 10:08 수정 2021.08.09 10:1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메달 놓쳤다고 우는 선수들 없고 질타하는 국민 찾아보기 어려워

잠재력 확인하고 당당하게 다시 도전하는 선수들 의지에 큰 박수

“1등 아니면 뒤지는 것” 낡은 인식 바뀌어..관전 문화 한층 성숙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 ⓒ 뉴시스

“은메달에 그쳐 죄송합니다.”


세계 2위를 하고도 고개를 숙이며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그런 대표 선수를 질타하는 모습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 메달을 놓쳤다고 경기장에서 통곡하는 한국 선수들도 찾아보기 어렵고, 그들에게 질타를 퍼붓는 국민들도 거의 없다.


6개국이 참가한 종목에서 4위에 그친 야구는 사정이 다르지만, 도쿄올림픽에서는 유독 아름다운 4위들이 많다. 노메달이라 부르지 않고 자랑스러운 4위로 꼽히며 갈채를 받는다.


‘배구 여제’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한일전 승리를 따내고, ‘세계랭킹 4위’ 터키까지 누르고 올림픽 4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자랑스러운 4위로 박수를 받고 있다.


‘졌잘싸’의 전형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5년 만의 메달은 놓쳤지만, 국민들은 그들의 올림픽을 아름다운 여정이라 불렀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투지를 발휘하며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 국민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다.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과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한국 다이빙과 육상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며 ‘빛나는 4위’라는 수식을 달았다.


우하람은 한국 다이빙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세웠다.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1~6차 시기 합계 481.85점으로 12명 중 4위를 기록했다. 한국 다이빙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우하람은 "메달은 못 땄지만 기분이 안 좋지는 않다.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른 것 자체로 영광"이라고 말했다.


메달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잠재력 확인에 의미를 둔 우하람은 “남들보다 많이 노력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훈련했다. 아직 메달을 따지 못했다. '최초'라는 수식어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높이뛰기 우상혁. ⓒ 뉴시스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4위를 차지한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도 반짝반짝 빛난다.


3위 선수와 2㎝ 차이로 밀려 메달을 놓쳤지만, 2m35를 뛰어넘은 우상혁은 환하게 웃었다. 1997년 6월 이진택이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2m34)을 24년 만에 경신했다. 2m39에 실패하자 "괜찮아!"라고 자신을 위로했던 그에게는 질책이 아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당당한 우상혁은 "다음 올림픽이 3년 남았다. 예전에는 동메달이 목표였는데, 뛰어보니까 금메달도 가능하겠더라. 없었던 자신감이 불타올랐다"며 국민들에게 더 많은 성원을 부탁했다.


선수들의 도전과 당당함에 국민들도 SNS 등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 4위의 위엄. 우상혁, 우하람 선수 자랑스럽다" "우상혁·우하람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잠재력을 보여줬다" 등 찬사로 화답했다.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래를 기약한 4위들은 또 있다.


체조 남자 마루운동 결승에서 4위(합계 14.233)를 한 류성현(19·한국체대)도 차분했다. 세계 최정상급 난도 기술 구사에 만족하며 보완 거리부터 체크한다. 류성현은 "비틀기 동작 때 발이 꼬이면서 감점이 됐다. 올림픽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더 다듬어서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며 미래를 기약했다.


역도 여자 87㎏급에서 4위(합계 277㎏)에 이선미(21·강원도청) 역시 울지 않고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밝은 미래를 그렸다.


효자 종목으로 꼽혔던 유도·레슬링·태권도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질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전력을 쏟은 선수들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올림픽 첫 ‘노골드’를 놓고는 "우리 태권도의 세계화"라는 가치로 평가하는 수준 높은 반응이 나타났다.


다이빙 우하람. ⓒ 뉴시스

올림픽 성적을 국격과 동일시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1등이 아니면 주목하지 않았던 올림픽 관전 문화는 달라지고 있다. “1등을 하지 못하면 뒤지는 것”이라는 낡은 인식은 바뀌고 있다. 메달 색깔이나 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메달의 가치가 떨어진 게 아니다. 4위들도 메달을 향한 꿈은 포기하지 않는다.


메달 획득은 물론 도전하는 선수들의 도전과 투혼, 당당함에 많은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도전 자체를 높게 평가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방향으로 관전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성숙해진 관전 문화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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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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