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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도하참사’ 교훈 삼아 다시 일어서야 될 한국야구


입력 2021.08.11 00:03 수정 2021.08.10 23:15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2020 도쿄올림픽서 충격의 노메달 이후 프로야구 위기론 대두

도쿄올림픽 부진 속 숨겨져 왔던 치부 드러났다는 평가

2006년 아시안게임 부진 뒤 황금기 찾아온 교훈 되새겨야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야구대표팀. ⓒ 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충격의 노메달에 그친 한국 야구에 암흑기가 찾아왔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 야구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대회를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루며 황금기를 맞이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서 전승 신화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야구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어두운 단면도 존재했다. 오랜 국제대회에서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등 특정 에이스급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세대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자 한국 프로야구는 수준이 이전만 못했다.


볼넷 남발로 인해 늘어지는 경기 시간과 야수들의 잦은 실책으로 인해 리그 수준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KBO리그는 어느 순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이 가운데 총 6팀이 나선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다.


선발 투수들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한 번 하기가 어려웠고, 대표팀 중심인 4번 타자 자리는 베이징 올림픽 이승엽이 생각날 정도로 침묵이 길어졌다.


하지만 도교올림픽 부진이 오히려 잘됐다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특정 선수에 기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치부를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진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얇은 선수층 문제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육성을 통해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위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면 요코하마에서 겪은 수모를 씻을 기회는 앞으로도 충분히 있다.


한국 야구 미래 이정후와 강백호. ⓒ 뉴시스

‘요코하마 참사’로 불리는 최악의 부진은 ‘도하 참사’로 기억되는 2006년 아시안게임과 닮은 점이 많다.


2006년에도 야구 대표팀은 최강이 아니었다. 이전에 열린 WBC 4강 주역이었던 해외파들이 모두 빠지고 국내파 위주로 명단을 꾸렸다. 최강 전력은 아니었지만 당시 대표팀도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였다.


하지만 도하 대회 때 대표팀은 첫 경기부터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대만에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고,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도 패하며 충격의 동메달에 머물렀다.


도쿄올림픽에 나선 김경문호 역시 최강 전력은 아니었다. 류현진과 김광현 등 해외파 투수들이 모두 불참했고, 기존에 선발했던 박민우(NC)와 한현희(키움) 등은 불미스러운 일로 올림픽을 앞두고 자진 하차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김경문호 역시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었다.


도하의 충격은 대표팀에 큰 자극제가 됐다. 위기의식을 느낀 구성원들은 절치부심하며 2년 뒤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으로 ‘도하 참사’의 수모를 되갚았다.


또 한 번 위기를 겪은 한국 야구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다행히 올림픽 노메달 충격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했다.


영건 좌완 이의리(KIA)와 김진욱(롯데) 등이 국제대회서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정후(키움), 강백호(kt) 등 젊은 선수들도 새롭게 대표팀 간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3년 뒤 파리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서 제외된 것은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긴 호흡을 통해 한국 야구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야 할 때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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