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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대해부②] 고삐풀린 외식물가…하반기 가계부담 더 커진다


입력 2021.08.12 06:29 수정 2021.08.11 21:2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식재료 가격 인상 외식까지 확산…대표메뉴 줄줄이 올라

자영업자, 배달료·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 수두룩…“불가피한 선택”

소비자 “월급빼고 다 올라” 한숨…식사비 지출 부담 심각하게 높아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냉면 가격이 표시돼 있다.ⓒ뉴시스

소비자 가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식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식비 부담이 자연히 외식으로까지 확산한 탓이다. 대표 외식 메뉴가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을 중심으로 외식은커녕 한끼도 지갑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달 대비 2.6% 올라 4개월째 2%대 상승을 이어갔다. 체감 물가를 의미하는 생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3.4% 올라 2017년 8월(3.5%) 이후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햄버거(8%)가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서 죽(7.6%), 갈비탕(6%), 생선회(5.7%) 등의 가격도 일제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김밥(5.1%), 비빔밥(3.7%), 짬뽕(3.5%), 라면(3.4%)도 잇따라 가격이 오르며 외식 부담이 배가 됐다.


외식물가가 급등한 것은 농산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이 크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이 가격 인상을 통해 손실 메우기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동안 외식 가격은 지속 오름세를 보일 예정이다. 외식업계를 둘러싼 악재가 수두룩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조치가 지속되면서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뚝 떨어졌고,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가세했다. 돼지열병 확산으로 고기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곧바로 매입 비용 인상으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돈까스, 김치찌개 등 주요 외식메뉴의 경우 돼지고기를 활용한 음식이 많아 사태가 길어질수록 메뉴 가격 인상은 피할수 없게 된다.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상반기 주요 외식비가 오르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김밥 가격이 덧붙여서 표시돼 있다.ⓒ뉴시스

이 밖에도 가격인상 요인은 수두룩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 기본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광진구 일부 배달대행업체는 지역 식당에 올 하반기 배달비 인상 계획을 통지했다. 관악구의 한 업체는 이미 기본 요금을 인상했다.


외식업계에서는 배달비가 오르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통상 배달료는 점주와 고객이 나눠서 분담을 하는데, 원재료비와 인건비 인상 등으로 외식업체들의 순수익이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실제로 일부 자영업자들은 메뉴 가격 인상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배달비에 민감한 것을 감안해 메뉴 가격이나 최소주문금액을 올려 손해를 만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다.


서울시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40대)씨는 “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 위축에 원가부담은 가중되는데 음식값 동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가뜩이나 자영업자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방역 정책 탓에 다 망해가는데 자체적으로 살 길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매출로는 임대료와 관리비도 안 나온다”며 “배달을 해도 매출 비중은 10%가 안 되고 포장 용기비에 배달수수료까지 제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금리인상 소식도 들리는데, 대출이자 부담까지 하반기는 또 어떻게 버틸지 정말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원자재 가격 부담과 최저임금 인상이 예고된 만큼 가격을 올리면 올렸지, 내리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퓨전술집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내년에 지출이 더 늘 것이라고 확정이 된건데 메뉴 가격 인상없이 어떻게 손해보고 장사를 하겠냐”며 “빚으로 빚을 갚는 ‘채무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불 난 집에 기름 부은 꼴’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서울 서대문구 롯데리아 매장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할인 행사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뉴시스

이 같은 상황에 매일 식비를 걱정해야 하는 우려는 소비자의 몫이 됐다.


식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지출품목인 데다, 사실상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훨씬 높다는 반응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올 정도다.


특히 서울 시내 직장인들은 가파르게 치솟는 '점심 값'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수년새 오피스타운을 중심으로 대중 음식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1만원이 넘는 콩국수, 1만원대 중반의 냉면, 2만원에 육박하는 삼계탕 등이 속출하고 있다.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서울시내 주요 오피스 권역 직장인의 체감 외식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서민음식’이라는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난 식당들은 멀리 있고, 대기 줄도 길어 한정된 점심시간 안에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직장인들의 또다른 고충이다.


직장인 이모(30대)씨는 “직장인 되면 돈 모아 집사고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매달 나가는 학자금 대출과 월세에 월급은 안 오르고 돈은 벌어도 모아지질 않으니 미래가 기대되질 않는다”며 “밖에서 점심을 사 먹고 후식으로 사람들과 모여 커피라도 한 잔하면 돈 2만원은 기본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멀쩡한 직장인도 이렇게 힘든데, 코로나로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취약계층에게 높은 생활물가는 치명적일 듯 하다”며 “어릴 땐 물가인상 관련된 뉴스는 관심도 없었는데, 요즘엔 한숨만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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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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