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거리두기 개편안 발표…“4단계 2주 더 연장”
식당·카페 영업은 현행 밤 10시에서 9시로 단축
다만, “백신접종완료자 2인 포함 4인 모임 가능”
여름 특수를 송두리째 날리고, 추석 대목만 애타게 기다렸던 유통·외식업계가 거리두기 4단계 재연장에 속상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이견이 없으면서도, 매출 타격을 또 다시 견뎌내야 한다는 위기감에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20일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 현행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4단계 지역에서 식당·카페 영업은 현행 밤 10시에서 9시까지 단축된다.
다만, 백신접종 진척도를 감안해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2명을 포함한 4명까지 저녁 시간 식당·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뒤 면역 형성 기간인 14일이 경과한 사람이 해당된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극히 일부의 일탈과 위반 행위로 인해 방역의 부담을 공동체 전체가 짊어지는 일은 더 이상 없도록 하겠다"며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하고, 역학조사 과정에서부터 위법 행위를 철저히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4단계 재연장을 놓고 유통업계는 시름이 깊어졌다. 한 달 넘게 지속된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조치로 사실상 여름휴가 시즌을 통째로 날린 데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대목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은 추석 선물세트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비대면 주문 방식으로 대거 전환하고 상품 구색을 다양하게 확대하면서 판매량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코로나 국민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편의점과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4단계 지속 조치에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사용이 제한된 대형마트, 백화점과 달리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편의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이커머스 등 온라인 업체의 경우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판매가 줄어들 경우 온라인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는 만큼 주요 상품을 중심으로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추석까지 이어질 경우 추석 상차림 수요까지 영역을 대폭 확대할 수 있어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물량 수급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외식업계다. 외식업계는 거리두기 연장 소식에 희망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추석과 같은 명절 시기엔 외식 수요도 함께 늘어 외식업계에서도 중요한 대목으로 통하는데, 이를 통째로 날릴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특히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정부를 향한 원망이 목소리가 높다. 고강도 거리두기를 지속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매출은 매출대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폐업도 쉽지 않아 걱정은 더욱 크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50대)씨는 “정말 기가막히다. 이렇게 기준없고 멋대로인 방역지침은 처음 봤다”며 “이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뜩이나 매출이 안 나와 죽겠는데, 영업 시간은 더 단축하고 백신 인센은 다시 준다고 하고 온국민이 거리두기 지침에 정신병에 걸릴 판이다”며 “코로나 보다 2주에 한 번 발표하는 정부 지침에 피가 더 마른다”고 하소연했다.
침통한 것은 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여름 성수기를 놓친 상황에서 핵심 매출 창구인식당과 주점 등이 하반기 또다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다. 주류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특수를 누렸던 식품업계와는 정반대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려 왔다.
주류업계에서 유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었지만 주류업계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도매상과 음식점에 재고가 쌓여있어 소진되는데 수일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연장으로 인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유흥 시장 판매 감소다”며 “추석때까지 거리두기가 연장되면 가정, 유흥 할 것없이 주류시장은 단계 격하되지 않는 이상 계속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패션·뷰티업계에서도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시즌에 이어 추석 연휴까지 쇼핑 대목을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추석 매기에 오프라인 매출이 높은 것이 사실인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가 계속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며 “온라인 기획전·이벤트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고심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도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계속됨에 따라 유동인구가 적어 오프라인 매장에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대면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의 마케팅이 더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세트 등 시즌 상품의 판매 또한 온라인 채널을 오프라인 채널과 적극적으로 병행하거나 온라인 채널에 집중해서 활용하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