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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주인공 들러리 세우는 ‘전참시’…초심 잃은 예능들


입력 2021.10.14 06:36 수정 2021.10.13 18:3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억지스러운 설정·홍보 채널로 전락

셀럽 모시기에만 급급

스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똑같은 관찰 예능 사이에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의 등장은 놀라움이었다. ‘전참시’ 역시 기존의 관찰 예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서 완전히 색다른 예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관찰예능도 변주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


ⓒMBC

정규 편성 후 첫 방송부터 6.0%의 시청률을 보였던 ‘전참시’는 2019년까지만 해도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화려한 연예인의 생활보다는 그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매니저를 조명하면서 그간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과 신선한 설정이 시청률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신참 매니저의 성장 스토리는 시청자들이 함께 지켜보고, 응원을 한다는 것에 의미가 컸다. 그 당시 이영자의 매니저였던 송성호 씨, 유병재의 매니저 유규선 씨, 박성광의 매니저 임송 씨 등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 매니저’가 탄생하기도 했다. ‘전참시’를 계기로 이 매니저들에 대한 광고 요청도 잇따랐다.


실제로 VCR을 통해 공개되는 일상 속에서 연예인. 혹은 그들의 동료들은 “오늘은 매니저가 주인공”이라는 대사를 반복적으로 노출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전참시’에서 주인공은 실종됐다.


기껏해야 관찰카메라를 살펴보기 전 제작진과 개별 인터뷰를 하는데, 당초 보여줬던 연에인에 대한 제보나 매니저로서의 고민보다는 단순히 연예인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모양새다. 일상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고, 작품을 홍보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보니 매니저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역주행으로 주가를 올린 브레이브걸스가 출연했던 회차에선 억지스러운 먹방과 신곡 홍보가 주를 이뤘고, 정작 매니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최근엔 고정 패널 송은이가 소속사 대표로 출연해 신봉선의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고, 배우 김남길이 소속사 대표로 배우 이수경의 매니저 역할을 했다. 새로운 형식의 시도이긴 하지만 이 역시 일반적인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설정이다. 주인공이 실종되고, 초심을 잃어버린 예능의 성적은 처참했다.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전참시’는 올해 5%의 벽을 넘는 것도 버거운 수준이다.


물론 ‘전참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맞지 않는 셀럽을 무작위로 출연시키고,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연예인 사업체 홍보 채널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밖에도 많은 인기 예능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처음의 기획 의도에 어긋나는 방향성으로 시청자들의 이탈을 스스로 부추기고 있다.


이는 장수 예능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셀럽의 힘을 빌려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건, 일시적인 시청률 상승을 불러올 수 있지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아니다.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소재가 고갈되고, 힘이 사라졌다면 과감하게 ‘폐지’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이것 역시 PD의 역량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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