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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배짱’에 속수무책 韓 미디어…“문화까지 종속된다”


입력 2021.11.06 06:00 수정 2021.11.05 17:30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망 사용료’ 낼 생각 없고 인기 IP도 ‘독식’…쏠림 현상 심화

사업자 간 계약으로 개입 어려워…IP 확보해 협상력 높여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넷플릭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외국기업들의 한국 미디어 시장 공세가 거센 가운데 ‘배짱장사’ 논란에도 뾰족한 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이 망 사용료보다 더 걱정하는 것은 ‘문화적인 종속’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작사들에 좋은 콘텐츠 제작 환경을 제공하고 ‘오징어 게임’과 같은 우수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으나, 향후 외국 자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협상력을 잃고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인터넷망 사용과 관련 ‘무임승차’ 논란이 거세지만 돈을 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넷플릭스 접속량(트래픽)이 폭증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통신사들의 망 관리 비용도 증가하게 됐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를 두고 국내 인터넷망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와 법정 공방까지 가게 됐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는 정부, 국회, 언론 등과 만나면서 ‘망 무임승차’의 당위성만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데일리안 최은수 기자

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은 없는 상태다. 최근 국회가 플랫폼 사업자에 망 이용료를 의무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자 간 협상의 영역으로 개입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 흥행에 따른 분배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오징어 게임’의 경우 제작비의 110%만 제작사에 제공돼 공정한 수익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일자 넷플릭스가 ‘추가 보상’ 검토에 나섰지만 근본적으로 계약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단발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때 흥행 정도와 관계 없이 사전에 계약한 일정 제작비를 주고 지식재산권(IP) 자체를 가져간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처음에는 제작사들도 넷플릭스의 계약 조건을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사업자 간 사적 거래는 서로가 만족하면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국내 미디어 산업이나 생태계의 입장에서 보면 종속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과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는 중국자본이 투입됐는데 ‘사드’ 문제로 끊기면서 넷플릭스로 자본의 주체가 바뀌었을 뿐, 향후 특정 요구에 의해 국내 콘텐츠가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넷플릭스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한국 배우들의 인지도를 전 세계적으로 높이 끌어올리는 등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유통되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열악하던 국내 콘텐츠 제작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도 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이 썩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는데 넷플릭스의 진입 이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콘텐츠 경쟁력이 생겼고 넷플릭스뿐 아니라 애플, 디즈니+ 등 여러 플랫폼이 경쟁하게 된 만큼 이제부터라도 제작사들이 더 나은 계약 조건을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센터장은 “국내 플랫폼도 아직은 규모상 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넷플릭스처럼 제작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는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사 간의 합리적인 거래 기준을 가이드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는 “계약 시 IP를 확보하는 제작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여러 지원책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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