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기업 공모채 발행 주관
현지기업 첫 IPO…OSIL 33억 조달
김남구 "현지 조직·인력 확대 강화"
한국투자증권이 김남구 회장의 전략을 앞세워 해외로의 금융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신(新) 남방으로 주목받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투자은행(IB) 사업에 속도를 붙이면서 글로벌 IB로의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 흐름이 주춤하면서 해외사업이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발빠른 행보가 다른 증권사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경쟁력으로 승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자기자본 420억원 규모의 KIS인도네시아를 출범시켰다. 이듬해 자산운용사(KISI Asset Management)를 설립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편, 한국형 온라인 주식매매 시스템(KOINS)을 도입해 빠른 속도로 현지 주식중개 시장에서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김남구 회장은 지난 9월 온라인 채용설명회에서 "과거 해외진출 장벽은 자금이었지만 현재 법률과 제도 등이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비교적 문화적 유사성이 높은 아시아시장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진행하고 있고 해외대학 채용 등을 통해 현지 인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IS인도네시아는 대표주관을 맡은 인도네시아 BBKP 은행의 루피아와 표시 공모채권 발행을 지난 9월 10일 완료했다. 국내 증권사가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 공모사채 발행의 대표주관을 수행한 첫 사례다.
이번 공모채권의 발행 규모는 선순위 3년물 1조 루피아, 후순위 5년·7년물 1조 루피아 등 총 2조 루피아(약 1630억원)다. 금리는 3년물 기준 6.25%다. 현지 자본시장 유동성 감소로 회사채 발행 규모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목표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KIS인도네시아 관계자는 "현지 후순위 은행채 발행 시장이 저조하고 첫 발행 주관임에도 불구하고 후순위 7년물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적극적 사전 마케팅을 통해 현지 기관에 한국계 금융기관의 선진 금융시스템 및 우수한 위기관리 능력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지 IPO(기업공개) 주관도 첫 발을 뗐다. KIS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현지 제조기업 OILS의 IPO 주관을 맡아 9월 6일 상장을 완료했다. OILS는 IPO를 통해 405억 루피아(약 33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KIS인도네시아는 상장사의 견실한 재무 지표와 적절한 수준의 공모가 매력을 부각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세계 1위 펄프생산 제지업체인 'PT OKI Pulp & Paper Mills' 및 유럽계 소매금융회사 'PT Home Credit Indonesia'의 김치본드(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본사와 공동주관하기도 했다.
KIS인도네시아 관계자는 "계속적으로 I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인력과 조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인도네이사 외에도 홍콩·베트남 현지 법인들의 자본금을 확충하며 금융 영토를 넓히고 있다. 홍콩법인은 2019년 3500억원, 지난해 17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올해 150만 달러를 증자했다. 베트남 현지법인 KIS베트남(KIS Vietnam)은 2018년 38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작년 6월에도 36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홍콩법인은 지난해 IB본부를 신설하고 본사 IB그룹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해외 IB 사업 실적을 쌓고 있다. 지난해 호주 Ventia의 Broadspectrum 인수 관련 선순위 대출에 참여했고, 국내 증권사 최초로 선순위 공동주관사(Mandated Lead Arranger Bank) 지위를 확보하며 인도 IT솔루션 기업 헥사웨어의 리파이낸싱 주선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는 글로벌PE 및 투자은행들과 탄탄한 네트워크 및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현지에서 상품을 매각할 수 있도록 현지 신디케이션 역량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물류·데이터센터 자산 개발과 운용 등에도 참여해 대체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인수금융 트랙레코드를 쌓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KIS베트남 역시 지난해 7월 현지 최초로 발행된 교환사채(EB) 대표주관 업무를 수행하는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제품 생산 그룹인 ‘안팟홀딩스(An Phat Holdings)’의 130억원 규모 EB를 발행하며 기존 담보부 사채나 전환사채(CB)와는 차별화된 발행 구조를 제안해 현지 자본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KIS베트남은 올해 3월 안팟홀딩스의 225억원 규모 채권 발행도 대표 주관했다.
KIS베트남은 신규 사업의 역량 강화를 통해 종합증권사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IB부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본사와 협업(co-work)을 통한 한국계 기업 대상 법인영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식중개영업(Brokerage) 확장은 물론, 파생상품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한국과 베트남 기업을 대상으로 한 IPO 및 인수합병(M&A) 등 IB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국내외 사업부문별 시너지를 통해 해외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할 당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해외시장 개척과 진출에 과감하게 나서겠다"며 "협업과 시너지 강화를 통해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