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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감지?’ 투수 MVP 공식 깨뜨린 미란다


입력 2021.11.30 15:14 수정 2021.11.30 15:14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자단 투표서 588점으로 여유 있게 수상자 선정

다승 타이틀 없이 MVP 차지한 역대 최초의 투수

2021시즌 MVP 두산 미란다. ⓒ 뉴시스

2021시즌 KBO리그 최고의 선수는 예상대로 두산의 특급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2)였다.


미란다는 29일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두베홀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15명의 기자단 투표서 588점(1위 8점·2위 4점·3위 3점·4위 2점·5위 1점)을 받은 미란다는 2위 이정후(329점·키움 히어로즈)를 여유 있게 제치고 MVP를 차지했다.


미란다는 올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에 이어 225탈삼진을 기록했다.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부문서 1위에 오른 그는 아쉽게 다승 타이틀(공동 4위)을 놓치면서 트리플크라운 달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탈삼진 부문에서 새 역사를 쓴 미란다다. 그는 레전드 최동원이 1984년 세운 223탈삼진 기록을 넘어서며 KBO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무려 37년 만에 갈아치웠다.


역대 투수 MVP들의 타이틀 획득. ⓒ 데일리안 스포츠

주목할 점은 미란다로부터 비롯된 작은 변화의 기운이다.


KBO리그 MVP는 수상자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공식이 존재해왔다. MVP를 타기 위해서는 투, 타 주요 부문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특히나 클래식 스탯으로 불리는 다승과 평균자책점(투수), 홈런과 타점(타자) 부문 1위 여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KBO가 시상하는 타율과 득점,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도루 부문(이상 타자)과 탈삼진, 승률, 구원(이상 투수) 타이틀도 많으면 많을수록 이점으로 작용했다.


투수의 경우 MVP에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던 기록이 바로 다승 부문이다. 올 시즌 전까지 투수 자격으로 MVP를 수상했던 선수는 모두 15명.


원년 MVP 박철순부터 2019년 두산 린드블럼까지 이들 15명은 나란히 다승왕에 올랐다는 뚜렷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클래식 지표의 대표적인 다승이 MVP 수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이버 매트릭스 등 세부 지표가 각광받는데 이어 다승은 투수의 객관적인 능력치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시즌 10승도 얻지 못하는 투수가 다른 부분에서 특출한 능력을 과시, 사이영상을 거머쥐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미란다는 다승 부문에서도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투수 기록 전반에 걸쳐 압도적인 성적을 내며 일찌감치 MVP가 예견된 선수였다. 그럼에도 다승 타이틀을 얻지 않고 MVP에 오른 첫 투수라는 점은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이제 KBO리그도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새롭고 객관적으로 선수들을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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