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 경쟁력 키우는데 집중"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30일 연내 합병이 무산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결합에 대해 "조금이라도 빠른 기업결합이 진행돼야 부울경 지역의 조선업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동걸 산은 회장은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재개된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 간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일부에서 나온 무분별한 반대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한국조선과 대우조선 간 기업결합에 대한 반대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이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는 조건 없는 승인을 받았지만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는 네 번이나 연기됐다.
일각에선 이번 EU 기업결합심사도 무산될 수 있단 부정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아울러 지난 12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조건으로 파업을 앞두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도 기본급 동결안과 한국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M&A)에 반대하면서 지난달부터 하루 4시간가량의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기간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조선업 회생은 필수적인 사항"이라며 "이번 거래의 중요성 감안할 때 무산 우려보단 성공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지연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결합심사에 대한 불만도 언급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베트남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을 승인 받았다. 여전히 한국, EU 등 나머지 경쟁당국으로부터는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직원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에 대한 고용유지는 투자합의서에 명시된 사항인 만큼 위반 시엔 산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일자리 보장과 국내 항공업 경쟁력 제고 취지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적절한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에디슨 모터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달 20일 서울회생법원은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KCGI, 사모펀드 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 구성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기업 협력체)을 쌍용차 인수합병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쌍용차의 성공적인 회생과 에디슨 계획이 잘 진행되기 위해선 시장 신뢰 받는 게 중요한 만큼 공신력 있는 제3 기관의 검증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산은 대출 없이도 인수 및 운용자금을 마련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지만 만약 산은의 지원 원한다면 지속가능하고 타당한 사업계획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HMM과 관련해선 내년부터 경영을 맡게 될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해진공과 함께 올해 말까지 HMM을 공동관리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산은은 HMM의 공동관리 역할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며 "용이한 매각을 위해 지배주주 지분만을 내놓고 단계적으로 시장에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해진공의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상황에 대해 이 회장은 "중요한 기간산업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상태서 5~10년 끄는 게 무슨 도움이 될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조금 더 마음 터놓고 네거티브 싸움이 아닌 포지티브 게임으로 전환해 산업과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