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같은' 北 입장은
'찰떡같이' 해석하고
'찰떡같은' 美 입장은
'개떡같이' 뭉개나
현 집권세력은 북한 마음을 헤아리는 데 도가 텄다. 짧은 한 문장에서 온갖 의미를 건져 올리는 능력은 족탈불급이다.
북한에 대해선 '없는 말'까지 덧붙이는 그들이지만, 미국에 대해선 '있는 말'만 강조한다. 대표적인 게 쿼드(Quad)다. 우리 외교당국은 미국이 쿼드 가입을 요청한 바가 없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미국이 선택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본다. '동맹 존중'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강압적'이지 않다. 쿼드처럼 민감한 이슈에 대해 직접적 동참을 요구했을 리 만무하다. 그저 넌지시, 하지만 확실하게 의중을 물었을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문제도 쿼드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보내되 정치인 등으로 구성된 정부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것을 뜻한다.
백악관은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며 "그들(동맹 및 파트너국가들)이 결정을 내리게 둘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재채기가 태풍이 된다고들 하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이콧 결정을 내렸을 리 만무하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동참 가능성을 검토했을 것이다.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 뉴질랜드가 곧장 바통을 이어받은 건 우연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 포함 110개국을 초청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백악관은 외교적 보이콧 배경으로 "신장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종족 학살, 반인도적 범죄 등 인권 유린"을 콕 집어 거론했다. 외교적 보이콧 문제를 '민주적 가치 프레임'에 포섭시킨 셈이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계기로 '민주적 가치 수호'를 내건 세계 각국의 보이콧 선언이 잇따를 전망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 측이 관련 입장을 사전에 알려왔다면서도 동참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외교당국은 여타 국가들의 동참 여부를 살피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우리 국익에 맞는 기준을 설정해 결정을 내리기보단 흘러가는 분위기에 편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요구가 없었으니 선택 기로에 놓인 것도 아니라는 '돌림노래'를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개떡같은' 북한 입장은 '찰떡같이' 해석해 잘도 밀어붙이면서 '찰떡같은' 미국 입장은 어째서 '개떡같이' 뭉개고 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