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전기차로만 출시…내연기관차 마지막 세대
3.5 가솔린 터보 단일 엔진…성능‧연비 업그레이드
역대급 디자인 평가…각종 첨단기능 집약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의 마지막 가솔린 모델로 기록될 G90 4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공개됐다. 현대자동차 에쿠스 시절부터 제네시스 EQ900를 거쳐 20년 넘게 국산 최고급 세단의 대표 자리를 지켜온 G90이 전용 전기차 모델로 대체되기 전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제네시스는 14일 G90 세단 및 롱휠베이스의 전체 사양과 가격을 공개했다. 사전계약은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며, 정식 인도는 내년 초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9월 전동화 브랜드 비전을 발표하고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는 수소전기차와 배터리전기차로만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5~6년의 간격을 갖는 현대차의 풀체인지 주기를 감안하면 이번 4세대 모델이 내연기관차로 출시되는 마지막 모델이 된다.
고배기량 엔진을 장착하고 중후한 엔진음을 내며 질주하던 가솔린 대형 세단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3.5 가솔린 터보 단일 엔진 운영 = 친환경차 시대로의 이행을 위해 적응이라도 하려는 듯 4세대 G90는 ‘기름 먹는 하마’로 불렸던 5.0 자연흡기 가솔린 모델을 제외했다. 어중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3.8 자연흡기 가솔린 역시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3.3 가솔린 터보 모델의 배기량과 성능을 높인 3.5 가솔린 터보 단일 엔진으로 운영된다.
G90의 3.5 가솔린 터보 모델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380마력(PS), 최대 토크 54.0kgf·m의 성능을 낸다. 3세대 모델에 존재했던 5.0 가솔린 모델(425마력, 53.0kgf·m)에 비해 최고출력은 떨어지지만 최대토크는 조금이나마 앞선다. 토크가 충분하니 큰 덩치를 움직이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5 가솔린 터보 모델의 복합연비는 9.3km/ℓ로 배기량이 더 낮은 기존 3.3 터보 모델(8.8km/ℓ)보다 오히려 더 좋아졌다. 차량 주행 조건에 따라 연료를 최적 분사하는 듀얼퓨얼 인젝션 시스템과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를 빠르게 식혀 가속 응답성을 높여주는 수냉식 인터 쿨러 등 연비 개선을 위한 장치들을 덧붙인 덕이다.
기본 세단 모델 대비 전장을 190mm나 늘려 그만큼 무게도 더 나가는 G90 롱휠베이스 모델을 위해서는 48V 일렉트릭 슈퍼 차저(e-S/C)를 적용한 가솔린 3.5 터보 엔진을 준비했다.
세단과 동일한 배기량의 가솔린 3.5 터보 엔진이지만, 낮은 엔진 회전(rpm) 영역대에서 모터를 통해 압축시킨 공기를 한 번 더 과급해 일반 3.5 터보 엔진 대비 최대 토크 발휘 시점을 앞당겨 저‧중속에서의 가속 응답성을 높여준다.
◆오너드리븐도 소화할 만한 세련된 디자인 = 풀체인지 모델이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뭐니 뭐니 해도 이전모델보다 개선된 디자인이다. 신차 느낌을 확실히 풍겨 줘야 소비자들도 차를 바꿀 마음이 생긴다.
다행히 4세대 G90의 디자인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외장 디자인이 공개됐을 당시부터 역대급 디자인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인 크레스트 그릴과 날렵한 두 줄 램프로 이뤄진 앞모습은 이전 모델보다 더 제네시스 엠블럼에 가까워졌다. 후드와 펜더를 하나의 패널로 구성한 크램쉘(Clamshell) 후드는 한층 매끄러운 느낌을 준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여전히 큰 덩치지만 기존 모델보다 시각적으로 한층 날렵해 보인다. C필러의 완만한 경사와 뒤로 갈수록 아래로 떨어지는 측면 벨트라인(차체와 창문의 경계)의 조화가 빚어낸 효과다.
이같은 디자인은 G90의 영역을 뒷좌석에 앉는 쇼퍼드리븐 뿐 아니라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으로까지 확장하고자 하는 제네시스의 의도에 상당한 조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세대 모델들처럼 직접 운전했다가 운전기사로 오인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내기에 충분한 디자인이다.
실내 역시 오너드리븐과 쇼퍼 드리븐 고객을 모두 배려한 공간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최신 자동화 기술 집약…레벨3 자율주행 기술은 미적용 = 가장 최근에 나온 가장 고급 모델인 G90인 만큼 편의‧안전사양도 최첨단으로 도배했다.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다가가면 도어 속에 숨겨져 있다 나오는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 ▲차량에 앉은 채로 문을 자동으로 닫을 수 있는 ‘이지 클로즈’ ▲스마트키 없이도 차량의 시동과 주행이 가능한 ‘지문 인증 시스템’ ▲내비게이션과 전자제어장치에 적용되는 무선(OTA) 업데이트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손을 놓고도 주행이 가능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장착되는 현대차그룹의 첫 차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4세대 G90의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2.5가 유지된 상태로 주행 중 사물 인식이나 주차 보조 등이 좀 더 개선된 수준에 머물게 됐다.
오히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지 여부를 좀 더 정밀하게 판단해 경고하는 ‘직접식 그립 감지 시스템(HOD, Hands On Detection)’까지 갖춰 “이 차는 레벨3 자율주행차가 아니다”고 못을 박는다.
◆롱휠베이스, 넓은 실내공간과 자연스런 외관 = 기존 리무진 모델을 대체할 롱휠베이스 모델을 세단과 동시에 출시한 것도 4세대 G90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리무진 모델이 일반 모델의 B필러 부분을 길게 늘여 다소 어색한 디자인이었다면, G90 롱휠베이스는 뒷좌석 도어와 C필러를 확장해 원래부터 그 크기에 맞춰 디자인된 듯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그럼에도 뒷좌석 승객에게 넓은 휴식공간을 제공할 만한 크기를 갖췄다. 4세대 G90 롱휠베이스 모델의 전장은 5465mm로, 3세대 리무진 모델인 G90L(5495mm)과의 차이가 3cm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