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보장금액과 플러스 옵션 붙어야 '진정성'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5~6년 장기 계약도 체결
‘진정성’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KBO리그 FA 시장에서 계약 직후 선수들로부터 나오는 공통적인 단어다. 비슷한 말로는 “믿음으로 내 마음을 움직였다” “진심으로 다가왔다”도 있다.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진정성’이라, 확 와 닿지 않는 말이다. ‘진정(眞情)’이란 '참되고 애틋한 정이나 마음'을 뜻하며 여기에 성질의 의미가 담긴 ‘-성(性)’이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즉, ‘마음이 통했다’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진정성’있게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FA 선수들이 계약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면 적게는 한두 차례, 많으면 3~4번 만난 뒤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지출 금액을 줄이는 것이 목표인 반면, 선수들은 어렵게 얻은 FA 자격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바꿀 정도의 큰 돈을 원한다. 무엇보다 특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경우, 복수 팀들이 경쟁한다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펼쳐진다. 여기서 ‘진정성’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돈’이다.
‘진정성’은 FA 시장의 몸값 거품이 절정이었던 2010년대 중후반 본격 모습을 드러냈다. 80억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이적을 택했던 거의 모든 선수들 역시 약속이라도 하듯 ‘진정성’을 계약의 이유로 꼽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적이 이뤄진 선수들의 경우, 원 소속팀에서 최종 제시 금액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발표 금액 자체는 두 구단의 제시액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정적 차이는 ‘진정성’이었고 그 속에는 공식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플러스 옵션’이 숨겨져 있었다.
실제로 2017년 투수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차우찬의 경우, 원소속팀 삼성으로부터 100억 원을 제시받았으나 LG와 최종적으로 4년 95억 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플러스 옵션이 15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추후 밝혀지기도 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광현도 4년 85억 원 계약을 맺을 당시 구단 측에서 공개하지 않은 플러스 옵션이 있음을 시인했고 최초의 100억 선수인 최형우도 보장액 100억 원에 플러스 옵션 20억 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4년이 아닌 5년 또는 6년의 장기 계약이 나오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 넉넉한 계약 기간은 안정된 환경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아주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보장금액과 플러스 옵션까지 늘어난다면 금상첨화다.
‘진정성’이라 쓰고 ‘돈’이라는 읽는 FA 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또 다른 거액 계약자들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선수의 몸값이 높아질수록 ‘진정성’의 규모도 점점 커져가는 FA 시장의 풍토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