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직격탄
고단백 식품 두부면·두부바 등 출시로 극복
중국·일본·미국 법인도 두부 제품 본격 두각
풀무원이 ‘두부’를 이용한 식물성 먹거리 신제품을 활발히 출시하고 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두부가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되자 가공 두부 제품을 통해 다시 한 번 미래 식품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두부는 2011년 12월1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후 풀무원의 시장 확장을 크게 제한하면서 사면초가 위기에 직면했다. 포장두부 시장에서는 더 이상 점유율을 늘릴 수 없게 되면서 관련 매출은 수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두부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권고 수준으로 법적 제재는 없지만,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내 벌금이 부과된다.
사태를 잠자코 지켜보던 풀무원은 위기를 기회로 맞바꿨다. 1984년 창립 이래 쌓아온 두부 제조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풀무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회사는 식물성 선도기업을 선언하고 가공 두부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풀무원은 이를 위해 지난해초 식물성 단백질 식품 개발과 마케팅을 전담할 PPM(Plant Protein Meal) 사업부를 신설하고, 풀무원만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두부를 소재로 한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풀무원의 식물성 제품 관련 사업은 ▲고단백질 ▲저탄수화물 ▲식물성 고기 ▲음료 ▲발효유 ▲편의 식품 등 6개 카테고리로 추진 중이다. 현재 풀무원은 약 30종의 식물성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두부 관련 제품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신개념 ‘건강을 제면한 두부면’이다. 풀무원은 올해 이 면을 통해 식물성 단백질 사업 확장에 힘을 주고 있다. 평소 두부를 잘 먹지 않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도 두부를 맛있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풀무원이 지난해 선보인 두부면의 경우 올해 4~11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다이어트 등 건강 관리를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의 호응에, 요리 활용도와 편리함이 컸던 게 인기 비결로 꼽힌다.
향후 풀무원은 두부면을 필두로 식물성 원료로 만든 ‘식물성 고기’ 등 3개 카테고리에서 20여 종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결두부로 고기 식감을 구현한 ‘두부텐더’, 5월에는 고단백 두부로 고기 식감을 구현한 ‘두부크럼블’ 등 7가지로 확대했다.
이처럼 두부를 활용한 제품을 확대 출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지구환경을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따라 건강하고 경제적인 단백질원을 찾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두부는 풀무원이 가장 자신있는 제품군 중 하나다. 풀무원이라는 회사는 ‘두부’를 통해 첫 이름을 알렸다. 1984년 설립 당시 작은 두부 제조회사에 불과했지만, 두부와 콩나물을 앞세워 매출 2조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해외서도 풀무원의 두부 제품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풀무원은 미국, 중국, 일본에 법인을 두고 있다. 회사는 각 국가의 시장 특성에 맞게 현지화한 두부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는데 현지 반응이 뜨겁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미국 법인 ‘풀무원USA’는 현지 미국인 입맛에 맞는 가공 두부를 개발하고 고기의 식감을 구현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풀무원은 미국 시장에서 두부 시장 1위다. 75%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내 두부 시장이 매년 7~8%씩 성장하면서 풀무원은 '식물성 단백질' 분야의 우수 기업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두부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아시안 누들' 시리즈도 대박을 쳤다. 5년 전 500만달러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3000만달러까지 커졌다.
풀무원 중국 법인의 지난해 두부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85% 성장했다. 회사는 중국인이 즐겨 먹는 포두부(脯豆腐), 백간(白干), 향간(香干)등 가공 두부 신제품을 본격 선보인 결과로 보고 있다. 올해는 북경과 중경 공장에 라인을 증설해 제품 생산량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일본 법인 ‘아사히코’도 성장중이다. 지난해 11월 식물성 지향 식품 ‘토푸 프로틴’ 브랜드가 선보인 ‘두부바’는 출시 4개월 만에 판매량 250만개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로 역수출해 두부바를 판매하는 핵심 계기가 됐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풀무원은 지난 40년간 다져온 세계 최고의 두부 제조기술과 콩 단백질 R&D 능력을 바탕으로 식물성 지향 식품 사업을 선도해 나갈 예정이다”며 “미래 먹거리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