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임영웅 콘서트가 방영됐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가수 한 명의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고, 그중에서도 KBS 단독쇼는 더욱 의미가 크다. KBS가 한국의 기간 방송사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단독쇼를 한다는 건 그 가수가 국민스타라는 의미다.
그 정도 국민스타의 위상이 되려면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쌓았거나,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한국 대표스타에 올랐어야 한다. KBS에선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와 '2021 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을 진행했다. 나훈아와 심수봉은 모두 오랜 세월 인지도를 축적해서 가요제 공로상급 위상에 오른 뮤지션이다.
반면에 임영웅은 그런 중견가수가 아니다. 스타덤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정규앨범조차 없는 신인급 가수다. 해외에서 뮤직 어워드 수상을 한 국제스타도 아니다. 그런 임영웅이 KBS 단독쇼의 주인공이 된 것은 놀라운 사건이다.
매우 이레적인 일인데, 이건 그만큼 임영웅이 이례적인 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이돌 한류스타가 독식하다시피 해왔던 한국 가요계의 각종 기록들을 줄줄이 갈아치우고 있다. 아이돌 평점랭킹에서 40주 연속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2021년에 국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뮤직비디오는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였다. 해외 클릭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천만뷰 영상이 25개에 달한다.
성인가요 가수로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위상이다. 임영웅의 행보 하나하나가 모두 역사적인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우울 속에서 가장 국민들을 크게 위로해준 가수중의 한 명이 임영웅이었다.
바로 그래서 KBS가 임영웅을 단독쇼의 주인공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많은 방송국이 임영웅 섭외에 나섰는데 임영웅이 KBS를 선택했다고 한다. 신임 KBS 사장은 취임사에서 ‘나훈아, 심수봉 공연에 이어 임영웅 공연’을 개최하는 것이 KBS의 자부심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가히 국민스타의 위상이다.
2021년에 해외에선 방탄소년단과 ‘오징어게임’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국내에선 임영웅 신드롬이 맹위를 떨쳤는데, 이번 KBS 콘서트가 바로 그런 임영웅 신드롬의 정점을 찍었다.
시청률도 16.1%라는 놀라운 수치가 나왔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29%,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은 11.8%였다. 그런데 나훈아의 경우는 수십년 간 쌓은 인지도가 있고, 과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루머 사건 이후 15년만의 방송 출연이라는 화제성 효과도 컸다. 게다가 추석 연휴 첫째날 밤 8시 30분에 방송됐다. 가족이 모여 자연스럽게 채널을 고정하기 쉬운 콘텐츠와 시간대였다.
반면에 임영웅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앨범도 없는 신인급이고 15년만의 등장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아니었다. 일요일에 방송돼 다음날이 휴일도 아니었다. 가족이 모여 자연스럽게 성인가요 콘텐츠에 채널고정할 명절도 아니었다. 방송시간도 9시 15분이어서 늦은 편이었다. 중장년층 시청자는 일찍 잠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늦은 시간대 프로그램은 중장년층의 시청을 이끌어내는 데 불리하다.
이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16.1%를 만들어낸 것은 정말 놀라운 성과다. 2021 SBS 가요대전은 1부 2.5%, 2부 1.7%였다. 2021 KBS 가요대축제는 2.4%였다. SBS 싸이 콘서트는 3.7%, 그 시간대에 1위를 차지한 MBC 방송연예대상은 1부 6.4%, 2부 7.2%였다. 동시간대에 방영된 ‘골목식당’ 마지막회는 3.3%였다. 이런 수치들을 보면 임영웅이 혼자 만들어낸 16.1%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알 수 있다.
KBS 단독쇼 정도의 위상이면 보통 몇 달 정도는 준비하게 마련이다. 임영웅은 단독 콘서트 경험이 전혀 없어서 그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음에도, 주어진 시간이 불과 한 달 조금 넘는 정도였다. 심지어 그 준비기간 안에 연말 시상식 공연들을 별도로 하기도 했다. 바로 이래서 이번 콘서트에 찬탄이 나왔다.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이후 한국 오디션 사상 최대 스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KBS 콘서트가 그런 임영웅 신드롬을 상징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2022년엔 임영웅이 마침내 앨범을 발매하면서 활동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과연 올해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