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생필품은 못사게 하고 다음은 또 무슨 제한?"…마트 방역패스 실시에 성난 미접종자들
"방역패스 취지, 백신 접종하면 혜택준다는 건데…내 자유를 혜택인양 시혜처럼 베풀어"
전문가들 "우리 국민 누구보다 백신접종에 적극적…정부, 오판 책임 미접종자에게 떠넘겨"
"국민 의식주 침해 정도의 방역패스 실시하려면 국회 입법이나 국민 의견수렴 절차 거쳐야"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코로나19 방역패스 의무화 대상에 백화점과 대형마트까지 포함하면서 미접종자 인권침해 및 차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접종자들은 방역패스가 없으면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 출입할 수 없게 돼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조차 살 수 없게 된다. 과도한 규제라는 비난과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민의 의식주를 침해하는 정도의 정부의 방역패스 실시는 국회 입법이나 국민의 의견수렴 절차가 먼저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도 방역 패스를 의무화해 방역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방역 패스는 유흥시설 등 일부에만 적용됐으나 지난 12월 식당, 카페, 학원, PC방 등 대부분의 실내 다중이용시설 전반으로 확대됐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6일까지 계도 기간이 부여된다.
하지만 미접종자들은 인권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지금까지 검증된 백신 효과가 코로나에 걸리면 사회적으로 욕을 덜 먹는다는 것 외에 없는 것 같다"며 "효과가 확실하고 부작용이 없으면 기꺼이 맞을 텐데, 집 주변에 대형마트밖에 없는데, 장도 못 보게 하고 혼밥을 강요까지 하면서 일상을 통제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생필품은 사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방역패스의 취지는 백신을 접종하면 혜택을 준다는 건데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를 마치 혜택인 것처럼 시혜적으로 베풀고 있다"며 "차라리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직장에 방역패스를 적용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K방역은 문제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표시 마케팅이 돼 버린지 오래"라며 "정부가 내 자유를 대가로 방역패스를 판매하는 기분"이라고 분노했다.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모(32)씨는 "화이자 백신을 맞을 때 부작용이 있어 부스터샷을 맞지 않을 계획인데, 지금은 방역패스로 이동에 제한이 없지만 6개월 뒤에는 미접종자가 된다"며 "하다하다 생필품도 대형마트에서 사지 못하게 된다니, 기본권 침해를 이번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다음 새로운 제한이 또 생길 것"이라며 "정부가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두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말도 뒤집었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방역패스의 예외 적용 범위가 극도로 제한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의학적 사유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접종 예외자는 백신 1차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나 혈전증, 심근염·심낭염 등을 앓았거나 항암제·면역저하제 투여 중인 환자 등만 의사 소견서를 받아야만 백신 접종 예외 확인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다른 건강상의 이유는 백신 접종 예외에 해당되는 의학적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직장인 이해인(29)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백신을 못 맞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부 대책이 너무 답답하다"며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을 하고 3시간 만에 호흡곤란으로 바로 병원을 갔고, 몇 달을 숨 가쁨과 가슴통증으로 거북이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을 5군데를 다니며 건강검진을 했지만 기저질환도 없었다"며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심근염, 알레르기 반응 등이 아니면 소견서도 안 나오는데 점점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스트레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할 경우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거치거나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형마트에는 식료품점이 있고 생활필수품을 파는데 백신 접종자나 접종자 모두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방해 받아선 안 된다"며 "전체 접종률 84%, 성인 접종률 92%로 대한민국 국민처럼 백신 접종을 열성적으로 한 나라를 찾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확진자가 많이 늘어난 데에는 정부가 상황을 오판한 책임이 크다"며 "정부의 오판 책임을 미접종자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방역패스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국민의 의식주를 침해하는 정도의 방역패스를 시행하려면 국회에서 입법을 하거나 정식으로 논의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완전히 사회적 합의도 없이 행정부에서 독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방역패스 철회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공간이고, 식당은 이미 방역패스가 적용되고 있어 다른 공간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하는데 반대한다"며 "밀집도를 따지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밀폐된 공간에 밀집도가 높은데 정부가 과학적으로 방역을 하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구 치료제가 들어오면 방역을 완화하고 기본 생활권을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