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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메시지 '침묵', 언제까지 이어질까


입력 2022.01.09 05:00 수정 2022.01.08 18:3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美 NPR 보고서 발표 계기로

北 대외입장 표명 가능성

군사도발로 존재감 과시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북한이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대남·대미 노선을 논의하고도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언제까지 '침묵'을 이어갈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대선, 미중 전략경쟁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북한이 수동적으로 대응할 거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주도권을 쥐려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7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북한 정세 평가 및 전망'을 주제로 진행한 웨비나에서 북한 대외행보와 관련해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4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주관 웨비나에선 "북한이 전략적 인내로 갈 건가에 대해 약간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지난 2일자 보도내용을 언급하며 "전원회의 결과와 관련해 정세 변화에 순응하는 게 아니라 '주동한다'는 얘기를 했다. (대외노선과 관련해) 말 못할 뭔가가 있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북한 전원회의가 개최되는 모습 ⓒ노동신문

앞서 조선신보는 해당 보도에서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은 한 구절이었다"면서도 "문자 수에 제한이 있는 매체 보도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모든 내용을 전하지 못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 매체 보도에서 대외 부문과 관련한 내용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하였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를 두고 북한이 향후 정세 불확실성을 감안해 구체적 대외노선을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 교수는 결이 다른 견해를 내놨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변수가 늘어나 유동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객관적 요인의 지배를 받으며 그에 순응하는 길을 찾는 나라가 아니다'는 조선신보의 또 다른 보도내용을 언급하며, 향후 북한이 대외행보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 기간 동안 사상 처음으로 대외관계 분과를 신설해 논의를 진행한 만큼, 상황별 대응방안을 이미 마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대남·대외 부문 분과 회의 장면 ⓒ노동신문

이 교수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주동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닌가 싶다"며 조만간 발표될 바이든 행정부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가 주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오랫동안 전략적 인내를 할 것 같진 않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NPR을 발표할 경우 북한이 '우리도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며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이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제 핵 불사용(No First Use) 원칙이나 '핵무기 공격을 직접 당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단일 목적(Sole Purpose) 원칙 등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힐 경우, 북한 역시 '책임적 핵보유국 역할'을 강조하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3월 한국 대선, 연합훈련 진행
북한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


일각에선 북한이 한국 대선과 한미연합훈련이 맞물린 3월께부터 군사행보를 통해 대외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이 사실상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고 있다고 본다"며 "북한 비핵화보다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중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펴면 바이든 행정부가 오히려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북한이 그런 셈법 염두에 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사전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향후) 전개 상황을 보며 전술적 변화를 꾀해보겠다는 게 전원회의 결과라고 본다"며 "올해 주요 변수를 생각해보면, 3월에 한국 대선이 있고 연합훈련 시기와 겹친다. 고강도 도발을 할 것이라 예단하긴 힘들지만 연합훈련을 그냥 넘어간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중국이 대미 공세전략을 강화할 경우, 북한 역시 대남·대미 공세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상반기 변수 중 베이징 올림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중국 대외전략이 로키(low-key)로 갈 거라고 보지만, 올림픽 이후에도 중국이 로키로 갈지는 의문이다. 중국의 대미전략이 좀 더 공세적이 될 가능성이 있고, 그런 면에서 북한이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올림픽 개최 이후 미국을 우회 견제하는 차원에서 북한 군사도발을 묵인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북한이 미중갈등 속에서 오히려 운신 폭을 확보할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에 해당하는 "ICBM 등의 전략도발을 감행해도 예전처럼 중국이 대북제재 도입에 동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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