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에디슨은 왜 쌍용차 대시보드‧그릴 개선에 집착했나


입력 2022.01.11 12:40 수정 2022.01.11 12:5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부터 대시보드‧그릴 디자인 개선 언급

'돈 많이 안 들이고 잘 팔리게 하는' 현실적, 효과적 대안

J100등 개발 막바지 완전신차 개입은 내부 저항 부딪칠 수도

티볼리‧코란도 등 연식변경모델 디자인 개선에 긍정 요인 될지 관심

쌍용차 J100 티저 이미지.(뒤쪽은 무쏘와 2세대 코란도) ⓒ쌍용자동차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지난 10일 쌍용자동차 인수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한 가운데 양측간 합의 내용에 포함된 ‘대시보드 및 그릴 개선 협력’ 조항이 향후 쌍용차 경영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는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 쌍용차에서 앞으로 출시될 차량들의 대시보드와 그릴 개선작업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는 본계약 체결 일정이 늦어진 요인 중 하나가 됐다.


결국 양측은 이 사안과 관련된 별도의 업무협약을 체결키로 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에디슨모터스는 본계약 체결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쌍용차의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의 내부 인테리어와 그릴 관련 개선 사항을 2022년 판매될 차량에 반영하기로 했다”면서 당장 올해 출시 차종 개발 과정부터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내외장 디자인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해 10월 2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인수 이후 기존 내연기관차들도 대시보드와 그릴 등을 바꿔서 쌍용차가 모양은 같은 데도 품질이 달라지고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 회장이 쌍용차 인수작업 초기부터 쌍용차의 내외장 디자인 일부를 뜯어고칠 의지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강 회장은 당시 “바디(차체)를 손대려면 금형을 교체해야 돼서 비용이 많이 소요되니 대시보드를 고급스럽게 바꾸고, 그릴을 멋있게 바꾸면 차가 한층 멋지게 될 수 있다”면서 “돈을 많이 안 들이고도 잘 팔릴 수 있는 차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자신했다.


코란도 R-Plus 블랙 인테리어. ⓒ쌍용자동차

사실 쌍용차 차량의 내부 디자인은 경쟁 차종에 비해 다소 거칠고 투박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 중에서도 대시보드는 운전자의 시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디자인 요소다. 대시보드만 교체해도 인테리어가 확 바뀔 수 있다.


그릴 역시 외부 디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자동차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게 전면 디자인이고, 그릴만 교체해도 전면 디자인이 크게 바뀐다. 외부에 장착되는 플라스틱 부품인 만큼 프레스공정에서의 금형 교체 등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도 비교적 간단하게 교체가 가능하다.


강 회장이 언급한 대로 ‘돈 많이 안 들이고 잘 팔리도록’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변화가 대시보드와 그릴의 교체라고 할 수 있다.


티볼리. ⓒ쌍용자동차

쌍용차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와 달리 ‘규모의 경제’에서 한계가 있어 완전변경(풀체인지)이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과 같은 큰 폭의 모델체인지를 자주 할 수 없다.


2015년 1월 출시된 티볼리의 경우 디자인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미 출시된 지 7년이 지나도록 풀체인지가 없었다. 심지어 앞으로도 당분간 1세대 디자인을 유지해야 한다. 그동안 티볼리 아머, 베리 뉴 티볼리 등을 통해서 보여줬던 것처럼 수시로 일부 디자인을 바꿔 식상함을 완화시켜주는 게 최선이다.


코란도는 2019년 2월 4세대 모델이 출시돼 아직 모델체인지 시점은 다가오지 않았으나, 시장에서 디자인적 평가가 좋지 않았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릴과 대시보드 교체는 쌍용차에 있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판매 강화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당장 올해 출시되는 차종에 디자인 변경을 반영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보통 신차 개발에는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신차 출시 직후부터 바로 다음 세대 모델 개념구상에 착수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은 연식변경 모델도 수개월 전부터 개발을 진행하고 협력사와 부품 수급도 논의해야 한다.


올해 출시되는 모델들도 이미 대부분 개발이 완료됐거나 막바지 단계에 이른 상황이다. 쌍용차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다 끝내놓은 작업에 ‘시어머니’가 등장해 손을 대는 게 난감한 일일 수 있다.


쌍용차 J100 렌더링 이미지. ⓒ쌍용자동차

쌍용차가 올해 출시 예정인 최대 기대작은 중형 전기 SUV ‘J100’이다.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쏘의 영광’을 재현할 모델로 기대감이 크다. 이미 상당부분 개발이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이 이 프로젝트에 뒤늦게 개입했다가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의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다.


쌍용차의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은 에디슨모터스와의 본계약 당일인 10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연식변경 모델인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은 이보다 앞선 4일 출시했다. 이미 제품 판매가 시작됐으니 디자인에 손을 댈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본계약 협상 중에 제품 출시를 서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코란도. ⓒ쌍용자동차

티볼리와 렉스턴, 그리고 내연기관 버전 코란도는 올해 중 연식변경 모델이 나와야 한다. ‘돈을 많이 안 들이고 잘 팔리도록’ 하는 게 에디슨모터스의 목적이라면 완전 신차보다는 연식변경 모델에 손을 댈 여지가 크다. 결국 이들 모델이 에디슨모터스의 의지가 반영된 새로운 대시보드와 그릴을 달고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개발기간을 감안하면 올해 출시되는 완전신차나 부분변경 모델 개발에 새 대주주가 개입하는 건 비효율적인 일일 것”이라면서도 “티볼리나 코란도와 같이 판매가 하향세인 모델들은 연식변경 과정에서 그릴 등의 디자인에 새로운 아이디어 적용이 필요해 보이는데, 에디슨모터스의 개입이 어떤 효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