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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변화하는 영화계…SF 판타지·상업영화도 품은 영국아카데미 시상식


입력 2022.02.09 13:20 수정 2022.02.09 13:2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3월 13일 개최

"'고상한 체한다'고 알려진 영국 사람들이 인정해 줘 특별히 고맙다"


지난해 제74회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자 전한 위트있는 소감이었다. 윤여정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아카데미는 영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콧대 높은 시상식 중 하나다.


그런 영국아카데미 지난해에 이어 또 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후보작을 발표했다. 작품상 후보는 '듄', '파워 오브 도그', '벨파스트', '돈 룩 업', '리코리쉬 피자'였다.


드니 빌뵈브 감독의 '듄'이 11개 부문, '파워 오브 도그'가 8개,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벨파스트'가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1947년 설립된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가 주최하는 행사로, 영미권 최고 권위의 영화제 중 하나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소위 대중성보다는 예술 영화나 작품성을 바탕으로 트로피를 건네왔다. 지난 10년간 작품을 살펴보면 2012년 '아티스트', 2013년 '아르고', 2014년 '노예 12년', 2015년 '보이후드', 2016년 '레버넌트: 죽에서 돌아온 자', 2017년 '라라랜드', 2018년 '쓰리 빌보드, 2019년 '로마', 2020년에는 '노매드랜드'였다. 완성도와 작품면에서는 뛰어나지만, 대중, 상업 영화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들이 대다수였다.


이처럼 영화제나 시상식은 예술성 위주의 영화들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2019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조커'가 히어로 영화 최초로 대상격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확고하기 짓던 기준의 변화가 감지됐다.


이에 발맞춰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은 이번에 거대 자본에 투입된 SF 판타지 '듄'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 등 대중적인 영화들을 작품성 후보에 함께 포함시켰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서 또 하나 눈 여겨 볼 점은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가 '리코리쉬 피자'의 폴 앤더슨 토마스 감독을 제외하고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폴 앤더슨 토마스 감독과 함께 경합하는 감독상 노미네이트에는 '티탄'의 쥘리아 뒤쿠르노, '해프닝'의 오드리 디완, '사랑 후의 여자'의 알림 칸,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올랐다.


보통, 가장 높은 상인 작품상 후보에 오를 시, 감독상 후보에 자연스레 포함되오곤 했지만 작품상은 심사위원, 감독상은 영국 아카데미 회원들이 선정하면서 후보군의 색깔이 다름을 보여줬다. 이는 영국 아카데미 측이 회원들을 새로 충원해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을 위한 방향은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으로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전체 여성 후보 중 총 70명이 여성 후보로 3년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미국의 권위있는 시상식 골든글로브가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아 배우들과 방송사들이 보이콧해 올해는 시상식 중계 없이 진행됐고, '백인들의 잔치'로 유명했던 오스카는 지난해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작품상, 감독상,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머랜드 펜넬이 감독상을 수여했고, 전체 20명의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중 9명이 유색인종이었다. 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영화에게도 활짝 문을 개방하며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권위가 추락한 것처럼 이제 영화 산업을 둘러싼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모두의 축제가 되기 위해 매년 변화를 더하는 시상식들의 움직임이 반갑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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