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총재, 생사기로 KBO리그 팬 퍼스트 강조
메이저리그도 모든 시스템이 팬에 맞춰져 있어
출범 40주년을 맞은 KBO리그가 ‘팬 퍼스트’를 기치로 내걸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지금의 KBO리그는 위기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KBO리그는 음주운전, 승부조작, 불법금지약물, 폭행, 음주운전 등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반복되어 왔고 KBO의 방만한 조치까지 더해지면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다.
결국 지난 2017년 840만 관중으로 정점을 찍은 뒤 뚜렷한 하강곡선이 그려졌고,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팬 이탈’이라는 대형 악재와 마주한 상황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2000년대 후반 국가대표팀이 여러 국제 대회에서 선전을 펼치며 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그의 환경은 갑작스런 인기 상승을 모두 담아내는데 준비가 덜 된 상황이었고 급기야 일부 구단, 선수들이 팬들을 무시하는 장면들이 포착되면서 실망이 점점 커져갔다.
프로야구의 인기 하락은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프로야구 관심도는 2014년 48%에서 31%로 크게 낮아졌고 무엇보다 20대의 관심도가 18%에 불과했다. 젊은 팬 유입이 없다면 리그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야구계 안팎에서도 프로야구의 위기를 감지하는 모습이다. 때 마침 구원투수로 수장 자리에 오른 허구연 KBO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팬 퍼스트’를 강조했다.
야구에 대한 사랑은 물론 현재 한국 야구가 문제점을 누구보다 깊이 꿰뚫고 있는 허 총재는 “야구팬이 없는 프로야구는 존재 가치가 없다”라며 ‘팬 퍼스트’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팬 퍼스트’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선수들이 나서야 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의 선행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마침 미국 생활을 접고 KBO리그에 복귀한 SSG 김광현의 발언이 반갑다. 지난달 31일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김광현은 “어떻게 하면 팬들이 야구장으로 올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게 맞다. 선수들이 팬과 소통하는 법, 그리고 야구 경기장 내에서도 선수들이 팬에게 서비스하는 방법들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경기 전은 물론 끝난 뒤에도 모든 흐름이 팬들에게 맞춰져 있다. 선수들은 몸을 풀면서 시간을 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것이 일상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는 선수들은 구단으로부터 벌금 등의 징계를 받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서 오랫 동안 활동했던 김광현의 팀 동료 추신수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추신수는 “팬 서비스를 강화하자는 허구연 총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며 팬들을 경기장으로 부르기 위한 문제의 답은 ‘팬들과의 소통’이라고 아예 답안지까지 공개했다.
허구연 총재는 미디어데이 당시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에 대해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있는 상태”라 진단했다. 제대로 된 팬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팬들이 모두 떠난 텅 빈 그라운드에서 후회하는 일 밖에 없다. 위기가 엄습한 가운데 KBO리그가 팬 서비스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