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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터진' 철강‧해운…사이에 낀 조선은 줄적자 '울상'


입력 2022.05.17 11:04 수정 2022.05.17 11:0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포스코‧현대제철 영업이익률 10%, HMM은 64% '초호황'

조선 3사는 적자행진…후판가 급등 '타격'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왼쪽부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각사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교역 확대 상황에서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철강-조선-해운으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에서 최전방과 최후방의 철강, 해운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반면, 사이에 낀 조선업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조선 3사는 올 1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날 분기보고서 공시를 통해 1분기 매출액 1조2455억원, 영업손실 47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3% 늘었으나 영업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3조90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음에도 불구, 39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5.8% 감소한 1조4838억원의 매출과 94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 업황이 풀리면서 국내 조선 3사가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잇단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의외의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2013년 이후 최대 수주실적을 올렸고, 올해도 1분기까지 수주 목표 금액의 30%가까이 달성하는 등 장사를 잘 하고 있다.


더구나 전후방 연관 산업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조선소에 후판을 공급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1분기 나란히 1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 산하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와 해외 철강을 합산한 철강부문의 1분기 매출은 17조790억원, 영업이익은 1조6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2%, 23.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9.6%에 달한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41.7% 증가한 6조979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129.5% 증가한 697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정확히 10%를 찍었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석탄, 철스크랩 등 투입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세계적인 철강제품 수요 확대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두 자릿수 이익을 남길 여건이 됐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그단스크(Gdansk)’호가 독일 함부르크항에서 하역 작업을 마치고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HMM

조선업종의 주 고객사인 해운업체들은 중후장대 업종 내에서도 두드러지는 호실적을 내고 있다. 대표 국적선사인 HMM은 1분기 4조9187억원의 매출과 3조148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두 배(103%↑), 영업이익은 세 배(209%↑) 규모로,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63.7%에 달한다. 매출의 3분의 2 가까이를 이익으로 남겼단 얘기다.


조선업계로서는 이같은 철강‧해운업 호조가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상황이다.


전후방 산업 잘 나가는데 조선만 왜?


전후방 산업 호조가 조선업계에 반영되지 않는 건 수주에서 건조, 인도까지 상당한 기일이 걸리는 조선산업 특성 때문이다. 여기에 조선 불황기에 관행으로 자리 잡은 헤비테일(선수금보다 인도시 잔금 비중이 높은) 계약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도 크다.


올해 1분기 조선 3사 실적에 가장 많이 반영된 물량은 수주가뭄이 한창이었던 2020년 수주분이다. 통상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한 이후 건조에 착수하기까지 기자재 구입 등 준비기간으로 10개월에서 1년가량 소요되는 구조에 따른 것이다.


당시 후판 가격은 t당 평균 60만원 수준이었다. 불황기 수주였으니 선가도 지금보다 한참 낮을 때였다. 하지만 지난해 철강 수요가 급증하면서 후판 가격이 t당 110만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철강-조선업체들간 협상에서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을 t당 10만원 더 올리기로 합의해 다시 120만원까지 올랐다. 1년여 사이에 두 배로 오른 셈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 상승시기가 아닌 불황기에 수주했던 선박이 올해 건조에 들어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선박 건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두 배로 뛰는 상황에서 도저히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조선 3사의 1분기 적자의 상당부분은 후판가 급등을 반영한 공사손실충당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원자재가 및 외주비 상승을 반영한 충당금이 4000억원으로 1분기 영업손실의 85%에 달한다.


한국조선해양은 강재가 상승만 별도로 반영한 충당금이 1471억원(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합산)에 달했다. 삼성중공업은 원자재가 상승 충당금 800억원을 반영하지 않았더라면 1분기 손익분기점에 근접하는 실적을 올렸을 상황이었다.


선박 인도 이전까지 건조비용을 조선사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통상 선박 건조대금은 5차례에 나눠서 지급되며, 조선 호황기에는 20%씩 다섯 차례에 나눠서 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금 10%를 시작으로 건조 기간 동안 선박 가격의 40%정도를 네 차례에 나눠서 받은 뒤 인도시에 나머지 60%를 받는 방식이다. 몸통보다 꼬리가 큰, 이른바 헤비테일 방식이다. 인도 이전까지는 조선사가 돈을 들여 선박을 건조할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는 올해까지는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 하반기를 흑자전환 시점으로 예상했지만, 후판가 급등으로 (흑자전환) 기대시점이 점차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조기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느냐에 따라 조선업계 흑자전환 시점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체들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내년부터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량이 늘고 선가가 꾸준히 오르는 등 중장기 전망은 좋은 편”이라며 “높아진 선가가 반영된 지난해 2분기 이후 수주물량 건조가 시작되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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