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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베이비박스를 통해서 본 한국사회의 이면


입력 2022.06.02 16:18 수정 2022.06.02 17:06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브로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국제 입양 송출국 세계 3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국이 국제입양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전쟁과 가난이라는 이유가 존재했다. 그러나 세계 10위 경제규모로 성장한 지금도 국제입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해외입양의 95% 이상이 미혼모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6월 8일 개봉하는 영화 ‘브로커’는 미혼모와 입양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겨 주었다.


로드무비 형식을 띠고 있는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미혼모와 브로커 그리고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고아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분)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송강호 분)과 함께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불법 입양해 돈을 번다.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 어느 날 소영(이지은 분)이 베이비박스 앞에 우성이라는 이름의 아기를 두고 떠나자 동수와 상현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모를 찾아 입양시키려 한다. 한편 수진(배두나 분)과 이형사(이주영 분)는 의문의 살인 사건과 아동 인신매매 현장을 잡기 위해 이들의 뒤를 쫓는다.


영화는 미혼모와 불법입양 문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다.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동안 일본의 사회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영화에 담아왔다. 주로 소외된 삶이나 가족을 주요 소재로 다루며 빈곤과 아동 학대 등 일본인들이 마주하기 싫어하는 자국의 사회문제를 영화 속에 그려냈다. 그가 첫 연출을 맡아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 역시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함께 미혼모와 불법입양의 문제를 고발한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베이비 박스에 맡겨지는 아이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과 아기를 버리는 미혼모, 버려진 아기를 훔쳐서 파는 인신매매, 성매매, 살인 등 한국사회가 드러내기 싫어하는 문제들을 영화에 녹여낸 것이다.


아기의 입양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짚는다. 영화는 아기를 버렸지만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소영과 인신매매를 하지만 아기의 미래를 생각하는 동수와 상현 그리고 형사 수진까지 모두 각자의 목적을 위해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지만 입양될 뻔한 아기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같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범죄로 얼룩진 이들의 여정이지만 그 질감은 따뜻하기만 하다. 또한 서로에게 사랑을 주는 대안가족의 형태도 보여준다. 고레에다 감독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섬세하게 감정과 관계들을 훑으며 각기 다른 사연과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 나가도록 연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입양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정서가 좋지 않다. 뿐만 아니라 미혼모에 대한 지원과 보호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해외 입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면서 입양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여건 또한 크게 변화되고 있다. 변화된 여건에 맞게 한국의 아동보호 체계와 미혼모에 대한 정부지원은 정비되어야 한다. 베이비박스는 가정을 얻지 못한 아이에게 자신을 보호해 주는 박스다. 정부는 미혼모의 자녀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베이비박스가 되어야 한다. 영화 ‘브로커’는 일본 감독의 눈을 통해 우리사회의 입양과 미혼모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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