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매물 늘고 전셋값 상승세 한풀 꺾여
금리인상 등 비용부담↑…전세의 월세화 속도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2년째를 맞는 8월부터 전세대란이 올 거란 우려는 한풀 꺾인 듯하다. 최근 들어 전셋값 상승세도 누그러지고 전세매물도 쌓이고 있다.
전셋값은 최근 몇 주간 지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1주(4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0.02% 떨어졌다. 수도권은 0.04%, 서울은 0.02% 각각 빠지면서 일주일 전보다 낙폭을 키웠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전셋값에 금리 인상이 제동을 건 셈이다. 대출이자 부담이 월세보다 더 커지자 세입자들이 대출을 받기보다 월세 낀 임대차계약에 나서기 시작해서다.
자연히 전세매물은 늘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의 전세매물은 2만9945가구 정도다. 한 달 전 2만5672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4273가구 증가했다.
하반기 전세대란 공포는 가셨다지만 정작 '내가 들어가 살 집'은 없다.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시장에 녹아들면서 세입자들을 여전히 불안케 한다. 당장 내년 초 이사를 계획 중인 기자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월세살이 경험이 있는 기자에게 다달이 지불하는 월세는 그 어떤 것보다 부담스럽고, 아까운 비용이었다. 그런데 최근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앞지르고 있단다. 지난 5월 전국 17개 시·도에서 이뤄진 전체 임대차거래량 34만8066건 가운데 월세 거래 비중은 57.8%에 이른다.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택한 것일 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는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전세의 '주거 사다리' 역할은 바래진 지 오래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매매가의 절반 정도 금액만 지불하고 임대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계약 만료 시 보증금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임에는 변함이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월세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 전세가 나빠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는 망가진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출범했다. 8월 전세시장 불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상생임대인' 제도를 내놓는 등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단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다만 궁극적인 임대차시장 안정과 세입자 주거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선 보다 촘촘한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대출금리가 부담돼 눈앞에 전세매물이 쌓이고 있어도 세입자에겐 월세살이 외 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