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대 금통위 기자간담회
물가경로 예상 부합시 25bp 인상 지속
재닛 옐런과 통화스와프 논의 부적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에도 향후 점진적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미간 금리 역전 가능성이 있지면 그 자체로는 큰 의미 없다면서 종합적인 상황을 감안해 판단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창용 총재는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오름세를 모니터링하며 향후 0.25%p 씩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게 점쳐지면서 양국간 ‘금리역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세계 시장의 흐름을 보고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미 스와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국 재무부(Treasury)의 업무가 아닌 Fed의 역할로 옐런 장관과 통화스와프 문제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현재 기준금리 2.25%는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한 것인가. 앞으로 단행될 금리 인상은 긴축으로 봐도 되나.
▲아직까지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기 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립금리 범위에서 하단에 좀 더 가까워진 것이 아닌가 한다. 향후 한두 번 정도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점진적으로 0.25%p씩 올리겠다는 것은 연내 빅스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물가상승세와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빅스텝을 진행한 것이며 예상대로 3~4분기 중 인플레이션이 꺾이면 0.25%p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거나 전 세계 경기 침체가 더 커지게 되면 스탠스를 바꿔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다.
-빅스텝 효과는 언제쯤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나.
▲금리를 1%정도 올리면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1년에 평균 0.2%정도로 보고 있다. 빅스텝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보다 빅스텝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꺾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강하게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가 역전이 되는데, 금리 역전 폭은 어느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나.
▲개인적으로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다른 시장 상황, 특히 신흥국의 파급 효과를 보고 판단을 할 것이다. 과거에도 금리 역전이 된 경우가 세 차례가 있었고 평균적으로 50bp(bp=0.01%포인트)~ 90bp 정도의 폭에 있었다. 최대 100bp를 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현재는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금리 격차보다 그로 인해서 파생되는 자본 유출 등을 보고 판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미간 금리역전이 1% 이상 차이나면 감내할 수 있나.
▲1%냐 0.75%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금리가 올라갔을 때 우리만 영향을 받는지 아니면 전 세계가 같이 영향을 받는지를 봐야 한다. 환율이 1300원을 넘어 많이 긴장하고 있는데 97년과 2008년 당시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997년에는 아시아만 위기였고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가 오니 외환보유고 통계가 불투명해졌다. 가용 외환보유고가 적다는 등의 잘못된 보도로 한국이 싱킹필링이라고 보도되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인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잘못된 보도라고 대응했다.
-환율이 국내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통화정책 필요할 수도 있나.
▲환율이 올라가면 우리가 수입하는 물가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물가에 좋지 않다. 환율을 유심히 보는 이유가 우선 금융시장의 안정 면도 있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1차적인 관심이다. 당연히 환율이 더 저하되면 물가에 영향이 미쳐 물가 상승률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해서 정책을 하고 있다.
-오는 19일에 재니 옐런 재무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논의되나.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국 재무부(Treasury)의 업무가 아니고 Fed의 역할이기 때문에 옐런 장관과 한미 통화스와프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양국 간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이 말씀했기 때문에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추경호 장관과 옐런 장관 사이에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옐런 장관이)한국은행 와서는 세계경제 상황이라든지, 한은의 여성 경제학자 직원들을 만나서 격려해 줄 것으로 알고 있다.
-한은, 연준 간 통화스와프 논의 진전은.
▲통화 스와프에 관심이 많은 건 이해하지만 한은 총재로서 말씀드리긴 부적절한 내용이다. 많은 분들이 2008년 통화스와프를 두고 코로나19때 한미 통화스와프를 한 것이 마치 한국과 미국만 한 것을 오해한다. 사실 2008년과 코로나19 확산 초기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상시 통화스와프를 갖고 있는 금융허브를 빼고 이머징 마켓과 주요 국가들의 금융시장을 안정화가 필요해 한국을 포함한 9개국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물가가 6%대가 나왔는데 정점은 언제로 보고 있나.
▲물가 정점은 올해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후 안정적으로 흘러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국제 유가나 천연가스, 식료품 가격 등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높은 물가 수준은 유지될 가능성이 당분간 있고, 정점에서 완만하게 떨어지는 모습일 것이다.
-연준의 물가안정목표가 2%이고, 국내도 2%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인플레 목표를 2% 유지에 대한 질문으로 들린다. 유지가 바람직하다. 지금도 기대 인플레를 보면 단기는 4%지만 5~10년 이후는 아직 2%로 안정돼 있다. 물가 잡는데는 물가안정목표를 현행 2%로 기대수준을 잡고 중장기적으로 하는 게 중요한 시그널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침체로 가고 있는 건가, 천천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건가.
▲우리나라는 경기 침체나 물가 상황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처럼 빠르게 계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갈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성장률이 2% 세계 경제가 좀 더 나빠지더라도 올해는 성장률이 2% 중반 정도, 내년에는 2% 가깝게를 베이스 라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외부 상황이 변하면 더 나빠질 수 있지만 아직까지 2% 밑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국내 투자자나 집을 사려는 이들, 영끌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희가 생각할 때는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고, 주가도 사실 PER(주가수익률)이 15%까지 올라가는 높은 수준이었다. 금리 상승 국면을 통해서 불가피하게 조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고.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격은 당연히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20대 30대에 계신 분들은 경제생활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은 적이 없을 것이다. 저희 세대는 70년대에 이미 겪지 않았나. 아마 집을 사실 때 3% 이자율로 돈을 빌렸다면, 그게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거라 생각하고 사셨을 거다.
경제상황을 볼 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지나면서 다시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적어도 2% 이상 되는 상황이 얼마나 갈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나 금리는 0%에서 2~3% 수준으로 장기로 머물 것 같다는 가정에서 경제활동을 하기보다는 이런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