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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육아와 직장, 여성이라는 이름의 굴레


입력 2022.07.14 14:00 수정 2022.07.14 10:00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 / 2021)

우리 주변에는 슈퍼우먼들이 많다. 이들은 사회적 성취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완벽하게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이렇게 빛나는 성취 이면에는 큰 그림자가 존재하는데 바로 슈퍼우먼 콤플렉스다. 주변 사람들에게 완벽한 슈퍼우먼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실수하고 열등한 모습은 없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부족함에 조바심과 강박에 사로잡힌다. 최근 개봉한 영화 ‘로스트 도터’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엄마라는 이유로 희생과 사랑을 요구당하는 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다.


대학교수인 레다(올리비아 콜맨 분)는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다. 일도 하면서 휴양지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는데 다음날 느닷없이 대가족이 해변으로 요란하게 들이닥치면서 레다의 평온한 휴가는 깨진다. 레다는 그들 중 어린 딸 엘레나를 안고 있는 젊은 엄마 니나(다코타 존슨 분)에게 시선을 뺏기고 자신도 엘레나 만큼 어린 딸을 돌보던 젊은 시절(제시 버클리 분)의 옛 기억을 떠올린다.


엄마라는 이유로 희생을 요구당하는 여성의 삶을 조명한다. 모성애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인 사랑을 말한다. 사회에서는 모성애를 여성의 특징으로 보고 육아와 가사노동을 좋은 엄마의 역할로 규정해 왔다. 하지만 플래시백으로 비추는 젊은 시절의 레다의 모습은 늘 고단하다. 칭얼대는 두 딸들을 어르고 달래고 놀아주는 게 힘겨워 보인다. 젊은 시절 레다는 아이를 두고 집을 떠난다. 아이가 없었을 때 어땠냐는 물음에 ‘너무 좋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육아라는 것이 엄마로서 당연히 겪어야 할 일이지만 레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 가까웠던 것이다. 영화 ‘로스트 도터’ 잃어버린 딸은 그동안 신화적으로 박제화 돼온 모성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하는 여성이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 굴레를 담는다. 대학에서 비교문학 연구자로서의 레다는 학자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열정과 욕망은 점점 커져 갔기에 사회적 성취를 위해 결국 육아를 포기했다. 레다는 가정에서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느끼는 욕구와 자신의 인생으로 선택했다. 이는 두 딸의 엄마이자 대학교수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전형에서 한참 벗어난다. 영화는 많은 사람이 경험하지만 입 밖으로는 내지 않는 이야기, 여성의 경험 속 숨겨진 진실,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품고 살아야 했던 고통을 은밀하지만 설득력 있게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여성 배우들의 열연 또한 뛰어났다. 이탈리아 소설가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사랑’이 원작이며 배우 매기 질렌할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번 영화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의 영예를 안았고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도 올랐다. 주연배우로 출연한 올리비아 콜맨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그리고 가수 출신의 제시 버클리는 여우조연상에 이름을 올리며 연기력 또한 충분히 인정받았다. 영화 ‘50가지 그림자’의 순진하고 착한 이미지가 강했던 다코타 존슨은 이번 작품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주연 배우진의 뛰어난 심리적 내면연기는 논쟁적일 수 있는 메시지를 효과적 담아내는 역할을 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반화 되면서 저출산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그러나 여성 자신의 삶에 있어서 출산은 선택의 자유다. 영화 ‘로스트 도터’는 육아라는 암묵적 의무와 자신이 일 사이에서 고통 받는 여성의 삶을 통해 일과 출산을 병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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