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논점은 가라앉고, 자극적인 스캔들만 남았다. 뮤지컬 배우 옥주현, 안무가 노제를 둘러싸고 각각 ‘친분 캐스팅 논란’ ‘SNS 광고 논란’ 등이 불거진 이후의 이야기다. 분명히 이 두 사람의 논란 속에 진짜 이야기가 되어야할 지점들이 있음에도, 그보단 여론 재판에서 온갖 근거 없는 폭로들을 통해 논란의 당사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듯 보인다.
먼저 옥주현은 자신과 친한 배우를 ‘엘리자벳’ 주요 역할에 꽂아 넣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옥주현과 ‘엘리자벳’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캐스팅 관여 의혹을 여러 차례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이 “캐스팅은 제작사 고유의 권한이다. 배우는 정도(正道)를 지켜야한다”는 골자의 호소문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이 사건을 계기로 옥주현의 캐스팅 관여의 진실 여부보다 중요한 것이 좁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스타 배우 팬덤에 의지해 짧은 시간 기형적으로 급성장한 한국 뮤지컬 시장의 이면이 드난 것이라는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업계에선 한국 뮤지컬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들춰내고 공론화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노제는 최근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스타반열에 올랐고, 광고계의 러브콜도 쏟아졌다. 그런데 노제는 SNS 게시물 한 건 당 3000~5000만원 가량의 광고료를 받으면서도 광고 게시물 게재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중소 업체와의 광고 진행 게시물을 삭제하고 명품 브랜드 관련 게시물만 피드에 남겨뒀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전혀 다른 이 두 사건은 놀랍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를 둘러싸고 논란의 본질과는 별개의 마녀사냥식 폭로들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즉 커뮤니티를 토해 “함께 일했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다”고 주장하면서 근거가 미약한 갑질이나 인성 등을 문제 삼는 식이다.
특히나 이런 마녀사냥식 폭로들은 대부분 자극적인 단어들, 예컨대 옥주현이 물병을 던졌다던가, 노제가 촬영 스태프를 하대했다는 등 대중의 구미를 당기는 것들이다. 이런 폭로에서 네티즌에게 진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폭로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사실상 폭로글 당사자의 추락에 희열을 느낀다.
옥주현이나 노제 이전에도 이와 같은 막무가내식 폭로가 이어졌는데, 대다수가 허위로 작성된 폭로글을 삭제하고 소속사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 사과문을 올리는 방법으로 처벌을 피해가는 해프닝들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미 연예인들의 대중적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된 이후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배우 조병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러 학폭 폭로글로 ‘학폭 배우’라는 오명을 써야했다.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가 의혹을 부인하면서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글쓴이가 허위사실을 시인하고 사과문을 쓰는 등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이밖에도 츄, 현아, 박혜수 등 많은 연예인들의 학폭 폭로자들은 사과문을 올리거나, 게시물을 삭제하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했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질타를 받아들여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기꺼이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이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한 마녀사냥식 폭로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폭로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할 수 있는 공식적인 문제 제기 창구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