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비핵화 전에
韓식량·北자원 교환 가능"
일방적 수혜 구조에서
상호 호혜적 구조로 '변화'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담대한 구상'을 제시한 가운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전에 남측 식량과 북측 자원을 교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화재개 조건 중 하나로 제시한 '광물 수출'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협상 유인책으로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권 장관은 1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식량과 자원의 교환 프로그램은 비핵화 협의 초기부터 시작될 수 있다"며 "실질적인 비핵화 단계까지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실현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담대한 구상 일환으로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항만·공항 현대화 △농업기술 지원 △병원·의료 인프라 지원 △국제투자·금융지원 등 6가지 프로그램을 제안한 바 있다.
특히 남측 식량과 북측 자원 교환을 골자로 하는 식량 공급 프로그램의 경우, '외부 지원 거부' 기조를 유지해온 북한 입장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방적 수혜'가 아닌 '상호 호혜적' 구조를 갖춰 북한이 남북 협력사업에 호응할 수 있도록 틀을 짠 셈이다.
무엇보다 북측이 광물 자원 수출 재개를 여러 차례 희망해왔다는 점에서 북한 '입맛'에 맞는 제안이라는 평가다.
앞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대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 △광물 수출 △석유 수입 등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광물 수출의 경우 대북제재 저촉 사안이라 한국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욱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선제적 제재완화에 선을 그어온 만큼, 논의 진척이 쉽지 않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권 장관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즉각적으로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불협화음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제시한 몇 가지 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유엔의 제재가 면제 또는 유예가 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이)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실천 과정에서 제재가 유예되거나 면제되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지지한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비핵화 조치와 무관하게 제재 면제 또는 유예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선제적 제재완화 가능성에 선을 그어온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 성격을 띠는 식량과 북한 자원을 맞바꾸는, '물물교환 형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외교부 당국자는 제재 완화 가능성을 묻자 "부분적 면제"라고 짚으며 "전면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사전에 소통됐다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