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100년 기업의 후퇴' 낱낱이 드러난 조직문화 민낯
수년간 이어진 성폭행에도 최정우 회장은 '묵묵부답'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 직원들에게 귀 기울여야할 때
존경받는 100년 기업이 되겠다던 포스코가 존경은커녕 국민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만 실컷 받고 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던 역대 회장들과 달리 꿋꿋이 버티던 최정우 회장 또한 다시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최 회장이 중대재해로 애를 먹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포스코의 조직문화'로 진땀을 빼고 있다.
첫 논란은 성폭행 사건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한 직원은 같은 부서 직원 4명에게 3년 넘게 성폭행·성추행 등 괴롭힘을 당했다며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사태는 회사가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도, 가해자에 미적지근한 대처를 하면서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겪던 피해자는 회사 내 감사부서에 신고를 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감봉 3개월 정도에서 그쳤다. 신고가 알려진 후에는 동료 직원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또 다른 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등 2차 가해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포스코의 조직문화가 낱낱이 까발려졌다. 일명 군대식 조직문화다. 내부 직원들은 피해자의 상황을 알면서도 보수적인 포스코 문화로 쉬쉬했다는 전언이다.
성폭행 사건이 알려지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포스코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원인은 부서 내 모든 문제를 직책 보임자에게 책임을 물어 중징계하는 포스코의 군대식 조직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포스코를 향한 여론은 싸늘했다. 당시 최 회장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최 회장의 소속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포스코' 가 아닌 '포스코홀딩스'여서인지, 자신과 관계없단 듯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도 포스코홀딩스 소재지를 둔 포항 지역사회와의 갈등 속에서 조직문화의 민낯이 드러났다. 포스코가 직원들을 동원해 현수막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던 포항 시민단체들에게 맞불을 놓은 것이다.
포스코는 직원들에게 지령을 내렸다. 포항 지역 곳곳에 걸린 최 회장 및 회사 비방 현수막을 찍어 제출하란 지시다.
직책보임자들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사내게시판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안내물의 내용을 게시했다. 포스코와 최정우 회장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현수막 사진을 행정섭외그룹장에게 제출하라는 지시였다. 포스코는 현수막사진, 부착위치 등 구체적으로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은 포항 시민단체들의 집회에 대응하는 '맞불집회'에도 동원되고 있다. 강제성은 없다하지만 회사 지침이니 직원들은 외부 쓴 소리에 민감한 최 회장을 묵묵히 지켜주는 모습이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 회장은 그저 침묵만을 유지하고 있다. 취임 초기 '러브레터'라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 모든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던 초심도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회피가 답이될 순 없다. 수장이 방관하는 이상 고착화된 조직문화를 부시긴 힘들 것이다. 최정우 회장이 꿈꾸는 존경받는 포스코로 거듭나고 싶다면, 가장 가까운 직원들과 소통부터 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