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 갚아야 할 돈 6조6천억
조달 비용도 덩달아 급증 악재
국내 카드사들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외부로부터 빌려 온 돈 가운데 앞으로 한 해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최근 1년 동안에만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지급한 이자만 올해 들어 벌써 1500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업계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대출 금리 인상 등 소비자에게 악영향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 잔액은 총 6조6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5%(3조4069억원) 늘었다.
이처럼 차입이 늘고 있다는 것은 자체 이익만으로 경영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외부 수혈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차입금은 기업이 운영 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고자 외부 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개인이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처럼, 기업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차입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단기차입금은 회사가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기업은 차입 구조를 장기화할 수 있는 회사채 발행 등을 선호한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나 급하게 필요한 운용 자금이 아니라면 단기보다는 장기 차입이 일반적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KB국민카드의 단기차입금은 1조74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8.8%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단기차입금이 전혀 없었으나, 지금은 1조3820억원으로 국민카드에 두 번째로 규모가 컸다.
롯데카드 역시 1조2750억원으로, 신한카드도 9222억원으로 각각 6275.0%와 33.7%씩 단기차입금이 늘었다. 이밖에 카드사들의 단기차입금은 ▲현대카드 4600억원 ▲하나카드 3800억원 ▲삼성카드 3000억원 ▲BC카드 1777억원 등이었다.
문제는 단기차입에 따른 비용도 함께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단기차입금에 지불한 이자는 총 14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0%(70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해당 금액이 1688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반 년 만에 이미 1년 치에 가까운 단기차입금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얘기다.
카드사의 조달 금리는 당분간 계속 확대될 공산이 크다. 금리 상승 곡선이 끝을 모르고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역대 최초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직후 0%대까지 떨어졌던 한은 기준금리는 단숨에 2.50%까지 올라섰다.
이는 카드사 고객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금융사의 늘어난 자금 조달 비용은 소비자에 대출 이자율에 인상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위험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대출에 더 집중하면서 카드론 등 서민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차입금이 늘더라도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 자산 등이 충분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에 따른 이자 비용은 수익성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과도한 확대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