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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파는 빵 죄다 SPC, 완전 '빵카오'" SPC 불매운동 나선 시민들


입력 2022.10.22 06:11 수정 2022.10.22 11:08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SPC 불매 4일째…불매 처음에는 걱정됐지만 빵, 아이스크림, 햄버거 대체 상품 있어"

"배합기에 혈흔 남았는데도 바로 가동? 충격"…온라인서는 SPC 대신 이용 '브랜드 목록' 공유붐

전문가들 "불매, 비윤리적인 기업에서 비윤리적으로 만든 빵은 먹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

SPC 회장 "직원들의 충격·슬픔, 회사가 먼저 헤아리지 못해…1000억 투자 안전경영 시스템 강화"

20일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SPL 평택공장 산재사망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혼합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SPC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SNS상에는 SPC가 운영하는 목록이 '불매운동' 해시태그와 공유되는가 하면, 도심 곳곳에 대자보가 붙으며 SPC 불매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매 운동은 소비자들이 비윤리적 기업을 응징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으로, 향후 기업들이 생산과정 안전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사회적 가치와 윤리 경영에 더욱 신경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지난 18일부터 SPC 불매운동에 동참하면서 SPC가 운영하는 브랜드 목록을 찾아봤다. 김씨는 "SPC는 사람을 기계 취급을 해놓고 추억을 파는 포켓몬 빵을 사람들에게 먹으라고 하는 것인데, 토악질이 난다"며 "SPC 브랜드 불매가 가능할까 걱정도 처음엔 됐지만 빵도, 아이스크림도, 햄버거도 모두 대체 상품이 있어 불매하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정모(35)씨는 "이번 사고와 기업의 대처를 보고 충격을 받아 다"며 "고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배합기 안에 혈흔이 남아 있었는데도 다음날 바로 가동시키고, 고인이 파리바게트 크림빵에 들어가는 크림을 만들다 변을 당했는데 빈소에 자사 크림빵과 팥빵을 상자에 넣어서 조문객에게 주라고 보낸 것을 보고 앞으로 SPC 제품은 불매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파리바게트 빵을 사먹었다는 대학생 김모(25)씨는 "기계에 사람이 끼어 죽었는데도 다음날부터 동료들에게 일을 시키는 모습이 각인 돼서 빵이 입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며 "또래라서 더 마음이 안 좋다. SPC 브랜드를 찾아봤더니 시중에 파는 대부분 빵이 죄다 SPC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 놀랐다. 완전 '빵카오'다. 그래도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게 불매운동 밖에 없으니 실천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20일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SPL 평택공장 산재사망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를 마친 대학생들이 부착한 대자보가 SPC그룹 현판에 붙어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온라인에서도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샤니·삼립식품 등 SPC 계열사들에 대한 자발적인 불매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시민들은 '#SPC불매', '#멈춰라SPC'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이들은 SPC 브랜드를 대신해 이용할 수 있는 브랜드 목록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트위터에는 'SPC 불매' 트윗이 5046건이 올라왔다. SPC 본사 앞과 대학가 등에는 대자보도 붙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은 비윤리적인 기업에서 비윤리적으로 만들어진 빵을 먹지 않겠다는 강한 의사 표현"이라며 "나이키 같은 경우 동남아시아에서 어린이를 하루 종일 일을 시키고 1달러를 준 사실이 알려져 세계적으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생산 과정에서 비윤리적 측면이 있었다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소비자학 전공) 교수는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품질을 따져가며 구매하지만 요즘에는 ESG 측면에서 경영활동의 윤리적 요소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구매하기도 한다"며 "구매라는 것 자체가 물건을 이용하고 만족을 얻는다는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차원에서 일종의 화폐 투표같은 성격의 띄기도 한다. 차제에 기업들도 사회적 가치와 윤리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면서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자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특히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에서 SPL 평택공장 산재 사망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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