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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하더니 이제는 경찰 못믿겠다는 민주당 [정계성의 여정]


입력 2022.11.04 07:00 수정 2022.11.04 09:02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 특별감찰팀의 셀프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게 요지다.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진 뒤 필요하다면 특검을 출범시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기관이나 조직을 막론하고 셀프 감사 혹은 감찰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더구나 155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개입할 여지를 처음부터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왜 경찰이 '셀프 수사'를 해야만 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세월호 사건은 물론이고 대형참사가 발생할 경우, 검찰이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관계 기관들을 압수수색하고 책임자들을 구속하는 것은 검찰의 몫이었고, 수십년 간 쌓인 수사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소위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시행으로 대형참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유일하게 직접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의 '셀프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한 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아 또 하나의 중대한 맹점이 드러난 셈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한동훈 장관이 시행령을 개정해 마약류 관련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부활시킨 만큼, 수사권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한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법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회복시키면 애시당초 논란이 될 이유가 없는 문제다.


셀프 수사의 대안으로 야당이 내놓은 국정조사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주요 책임자들을 국민의 앞에 세워 놓고 책임을 추궁하거나 사과를 받아내는 의미는 있겠지만, 수사권 없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1999년 옷로비 사건 국정조사로 밝혀진 것은 고(故) 앙드레 김의 본명뿐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민주당도 여당 시절 같은 이유에서 야당의 국정조사를 매번 일축하지 않았나.


당장 중요한 것은 참사에 대한 사실규명이다. 경찰의 수사를 지켜본 뒤 미진하다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다른 수단으로 보완할 수 있을 터다. 다만 진상규명이 완료된 뒤에는 경찰의 '셀프 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든 국가 사법체계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70년 이상 대한민국의 대형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의 손발을 묶어둔 채 진실을 규명하자면 어느 누가 믿을 수 있겠나.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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