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변의 월드컵 관통한 ‘쫄지마’ 정신[김태훈의 챕터투]


입력 2022.11.26 07:03 수정 2022.11.26 15:37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사우디·일본 등 아시아 축구, 카타르월드컵 이변 연출

언더독 평가 속 전반 선제골 내주고도 자신감 잃지 않아

강호 앞에서도 포기 없는 '자존감 축구'로 멘탈 잡고 선전

손흥민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너희들은 정말 잘 하는 선수들이다. 능력을 믿어도 된다. 쫄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이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했던 격려의 말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정상급 센터백으로 인정받은 김민재도 우루과이전을 앞두고는 “축구 인생에서 이렇게 긴장한 적 없는데...”라고 말할 만큼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주는 압박감은 실로 표현하기 어렵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SBS 박지성 해설위원은 “(월드컵)세 번 정도 나와야 적응되는 것 같다(웃음)”고 말할 정도다.


손흥민 말대로 이른바 ‘쫄지마 정신’으로 무장한 벤투호 선수들은 우루과이 앞에서 기대 이상의 탄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루과이를 꺾는 이변까지는 일으키지 못했지만, 월드컵 직전까지 “수비를 김민재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강호들을 상대로 (벤투호)수비수들이 버틸 수 있겠냐”며 던졌던 물음표를 받아 찼다.


독일에 맞서 2-1 역전승 거둔 일본 축구대표팀.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카타르월드컵은 아시아 축구가 일으키는 이변에 휩싸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리오넬 메시가 버틴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에 ‘2-1 역전승’을, 일본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에 당했던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열도를 열광시켰다.


경기 전은 물론 전반 종료 직후에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역부족이다” “대량실점 분위기다”라며 무시하는 의견을 쏟아냈다. 이란이 잉글랜드에 6골을 내주고 대패한 결과까지 근거로 제시했다. 이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사우디와 일본은 스코어를 뒤집고 통쾌한 승리를 차지했다.


역전의 원동력은 역시 ‘쫄지마 정신’이었다. 경기 전부터 밀릴 수밖에 없는 입장의 두 팀은 전반에 먼저 골을 내준 뒤에도 큰 흔들림 없이 경기에 집중했다. ‘역시 안 된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와 같은 패배의식에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사우디와 일본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하프타임 라커로 들어가 선수들과 차분하게 후반전 계획을 세웠다.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절대 포기는 없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이 하나가 됐다. 승리까지는 몰라도 이대로 지지 않을 만큼 우리도 준비해왔다는 '자존감 축구'를 말했다.


그리고 후반 들어 그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연속골을 터뜨리며 짜릿한 2-1 역전승을 따냈다. 월드컵 역사에 남을 만한 대이변이다. 사우디는 국왕이 승리 기념으로 공휴일을 선포했을 정도다. 일본 축구대표팀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일본 축구팬들도 환호했다.


리오넬 메시 저지하는 사우디 축구대표팀.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신만으로 이런 결과를 일군 것은 아니다. 사우디는 단기적 성과에 취해 선진화를 게을리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국가 주도로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일본도 꾸준히 축구 저변을 다지며 성공한 유럽파를 대거 배출했고, 그 선수들을 동경하는 유소년들이 불어나고 있다. 하루아침에 ‘쫄지마 정신’만 가지고 이변을 일으킨 게 아니라는 얘기다.


더 이상 아시아 축구도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만난다고 마냥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들에게도 월드컵 성적에 따르는 압박은 매우 크다. 전반적으로 개인 기량은 우승후보로 불리는 팀의 선수들이 앞서는 것이 분명하지만, 팀으로 뭉쳤을 때는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승리는 결코 달아나지 않는다. 그렇게 연출하는 이변은 스포츠가 주는 가장 큰 감동 중 하나다.


‘쫄지마 정신’으로 무장한 ‘언더독’ 들의 통쾌한 집단 반란을 기대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