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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유동성 규제완화 '뜨거운 감자'…기대 반 우려 반


입력 2022.11.29 14:15 수정 2022.11.29 14:25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자금조달 악화에 내년 3월까지 완화

“숨통 트이지만…현실적 대안 필요”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은행권과 함께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카드사와 캐피탈사 사이에서는 그나마 숨통을 트게 됐다는 기대감이 감돈다. 다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며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은행권 예대율 규제 완화와 더불어 여선사의 유동성 비율 규제 완화도 포함하는 내용의 금융시장 안정 방안이 논의됐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2금융권인 여전사들이 채권시장 경색으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불안정이 심화될수록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전채와 은행채 등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여전사들의 조달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채안펀드를 가동하고 은행들에게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구해왔지만 2금융권의 자금조달 여건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점도 규제 완화의 주 요인이 됐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우선 여전사의 원화 유동성 비율을 내년 3월까지 기존 100%에서 90%로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원화 유동성 비율은 90일 이내 만기도래 유동성자산(분자)을 90일 이내 만기도래 유동성부채(분모)로 나눈값으로 계산한다. 최근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분자에 있는 자산이 줄어들어 비율을 맞추기가 어려워진데 따른 조치다.


여신성 자산 축소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비율도 현재 30%에서 40%로 년 3월까지 완화해 기업어음(CP) 발행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그동안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2금융권 등이 일시적으로 연말 연초에 유동성 맞추기 위해 채권을 판다든지 무리수를 두지 않도록 전반적인 흐름 안정과 배분을 골고루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사들은 금융당국과 정부의 결정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업계가 건의했던 내용이 대부분 수용됐고, 단기자금에도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당장의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상황은 지속적으로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꽉 막힌 자금조달의 숨통이 트일 것 같아 다행이다”면서도 “다만 내년이 고비인 만큼 회사마다 규제완화 체감 정도는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업계가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여신금융전문회사채(여전채) 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올해 1월 2%대에서 최근 5%대 후반 수준까지 뛰어 오르며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7일에는 6.088%까지 치솟은 바 있다. 업계에선 여전채 금리가 연내 7%까지 오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카드사들은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 확보를 위해 CP·은행차입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사의 발행 규모는 3조552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050억원)보다 약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반차입금은 3조1874억원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여전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에 막혀 상품금리를 결정하지 못하는 등 개점휴업하는 업권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유동성 규제 완화 외에도 기준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을 반영해 법정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등 유동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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