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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 미룰 수 없는 숙제 [기자수첩-경제정책]


입력 2023.02.10 07:00 수정 2023.02.10 08:08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40년간 미룬 숙제…더 이상 외면 안돼

발전소 내 습식저장조 포화 1~2년 단축

건식저장시설 못 지으면 가동정지 가능성

여야 모두 법안 발의…조속히 통과 돼야

탈핵부산시민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9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확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정부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을 꼽으라면 탈원전 백지화가 단연 1순위다. 탈원전 백지화를 위해서는 신규 원전 건설도 중요하다. 특히 현재 원전의 계속 가동이다.


하지만 가동원전을 멈추지 않고 돌리기 위해서 우선 해결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사용후핵연료, 즉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일상에서 비교하자면 화장실을 사용한 뒤 변기 물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과 같다. 변기 물을 내리지 않으면 오물이 쌓이게되고 결국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발전소 내 습식저장조에 보관한다. 이 역시 포화상태가 되면 더 이상 원전을 가동할 수 없다.


현재 발전소 내 습식저장조는 포화상태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가동할 경우 2030년경에는 수용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지설 포화시점이 지난 2021년 12월 추정한 것보다 1~2년 단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전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통상 지하 500m 이상에 영구처분장을 마련해 묻으면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전세계에서 스웨덴과 핀란드를 제외하면 어떤 원전 보유국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건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영구처분장 건설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78년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상업운전 이후 40년간 9차례에 걸쳐 처분시설 선정을 시도했다. 1986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후보지로 경북 영덕과 울진, 포항 등을 선정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1990년에는 충남 태안 안면도와 강원도 고성·양양을, 1994년에는 인천 굴업도를 후보지로 발표했다. 이 지역도 주민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법적인 근거없이 정책으로서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최종 처분장 건립지역 선정자체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다. 특별법은 원자력발전소 가동 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는 시설을 마련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안을 비롯해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이인선, 김영식 의원 안 등 3개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11월에야 국회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병합 심사가 진행됐고 이달 4차 법안소위가 열릴 예정이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발전소 내 습식저장조가 포화 직전인 상황에서 설치에 최소 7년이 걸리는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근거를 담은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가동이 멈추는 원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3월내 통과되지 못하면 올해 안에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당장 4월부터는 총선이 1년 밖에 남지 않아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이견이 없는게 사실이다. 다만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이념 차이와 정책 방향성 문제로 특별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것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연료비 폭등으로 에너지 요금 문제가 붉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전이 멈춘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물론 7년 후에도 지금과 같이 에너지 요금이 천정부지 일지는 알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고준이 방폐물 특별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와 마찬가지다. 40년간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가 갈등을 멈추고 합심해야 할 때다.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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